작약이 세수했어요.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야리야리한 새싹들이 언 손을 호호불며 동동 발을 구르는데 작약들은 추위야 물렀거라 추운 줄 모르고 쑥쑥 커가며 아기 티를 벗어버리고 뜨락 구경에 나선다. 추위가 무서운 주변 새싹들은 시간이 멈춘 듯 제 자리 걸음에 마음도 서러운데 쑥쑥 자라난 몸집을 자랑하는 작약들 소년기에 들어선 작약이 부럽게 쳐다보던 뜨락의 꽃들 중 화사한 벚꽃과 폴때기, 꽃잔디가 풀풀 흘리는 향기에 그만 기가 질리고 만다. 뜨락에선 철쭉이 콧대를 세우며 울긋불긋 광대놀음이 한창이고 금낭화 복주머니 주렁 주렁 매달고 희희낙락이다. 주변을 바라보는 작약, 초라한 모습에 속상하지만 왕년에 한 자락 했던 터라 시곗바늘 돌고 돌아 청년기에 들어서며 서서히 자신감을 찾기 시작한 작약들이 꽃봉오리에 연둣빛 이파리에 푸른 끼..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