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는 살아있다.
비 온 다음날 임도를 걷노라면 밤새 내린 비에 남아있는 물웅덩마다 잣나무와 푸른 하늘을 한아름 담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호수는 없을 것 같다. 들꿩도 물과 먹이 찾아 임도를 서성거리는데 나그네 기척에도 두리번거릴 뿐 달아나지 않기에 카메라를 드는 순간 후다닥 날아가 버린다. 미용사들이 쓰는 가위가 산속에 가득한데 자세히 보니 우산나물 꽃에 가위를 꽂았는데 처음 보는 순간 어.. 미용가위가 왜 거기에 있지? 꽃 자체야 별로지만 수많은 가위를 만들어낸 꽃수술이 신비스럽고 낭만적이 아닌가? 가위를 그려낸 꽃술이 너무 멋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에 실잠자리가 걸리자 빛보다 빠르게 달려드니 거미에 의해 명을 버리는 아찔한 순간이다. 파리매도 할 일이 없는지 풀을 붙잡고 ..
202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