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품은 뜨락
2024. 10. 12. 20:35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가을을 품은 뜨락
낙엽 지는 어느 가을
살아남은 몇 송이 꽃들이
뜨락의 쓸쓸함에
민망한 웃음을 터트린다.
여름 내내 백합과 미인대회를 열던
다알리아
백합의 그윽한 향기에 그만
밀리는 아픔이었는데
백합이 홀연히 세상을 하직하자
온 뜨락이 내 세상이란 듯
불덩이 만한 꽃송이로
목젖이 보이게 웃어 재친다.
가소롭다는 듯 질세라
과남꽃이 보랏빛 웃음으로
다알리아에게 도전장을 내밀지만
화무십일홍이라던가?
꽁지를 내린다.
가을 꽃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에
먹을 게 있을까?
작든 크든 여러 곤충과
나비란 구경꾼들이 몰려드는데
셀 수없는 네발나비 행차에
처음 찾는 큰멋쟁이나비
푸른부전나비에
톡톡 튀는 줄점팔랑나비까지
삭막한 뜨락이었는데
마지막 이별을 고하듯
꽃과 나비들이
뜨락이 떠나갈듯 불꽃을 터트리며
한바탕 공연을 펼친다.


사마귀


큰멋쟁이나비


네발나비
매실액을 만들고 내버린 씨앗에
수 없이 많은 네발나비와 각종 곤충들이 몰려온다.

줄점팔랑나비





과남풀





다알리아


구름이 머무는 언덕에서
2024년 10월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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