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머무는 언덕
2024. 7. 6. 22:20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구르미 머무는 언덕
모든 과일들이 익어간다.
널뛰기 장마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복숭아와 머루도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뜨락
여왕으로 불리는 백합이 필 때면 다알리아가
지금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지만 며칠 후 꽃잎을 활짝열어
뜨락을 환하게 비추며 미인대회에 동참할 것이다.
장마에 시달리면서도 쓰러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꽃들 중 은은하게 단맛 향기를 풍기는
후록스도 단아하게 피어나 미인대회에 나설 것이며
시인들의 칭송이 자자한 접씨꽃
미인 대회에 신청을 해 놓은 상태지만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 데다 비바람에 시달리다 생긴 온갖 흠집에 자격이
미달될 확률이 높다.
비 오는 날 변함없이 벌 나비들이 찾아오지만
오랜 장마에 먹고사는 게 만만치 않은 듯
빨대를 휘둘러 보지만 꿀맛 보기가 어디 그리 쉬운까?
갠 듯 비 온 듯 날씨에 습도가 높아서 그런가?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의 노랫가락도 새들과 나비들의
날갯짓도 모든 게 눈에 띄게 어눌하다.
며칠전만 해도 가뭄에 고통을 당하던 뜨락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장마가 그쳐 주었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으로
변해 버리니 그 마음 어디 나그네 뜨락뿐이겠는까?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4.7.4.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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