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00:15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화목 보일러에 불 지피는 날 새벽 하늘
여명 하늘에 불을 지피듯
붉은 마그마를 분출하듯
오묘한 모습을 그리며
하늘이 붉게 물든다.
불타는 하늘색에
마음을 설래게 해 놓고
사라지는 오로라처럼
찬란함이 눈에 어른거리는 순간
여명을 밝혀주는 전주곡처럼
장엄하게 떠 오르는 햇님이
어둠의 장막을 걷어낸다.
말들도 살찐다는 계절
오곡을 알차게 만드는
어미의 손길처럼
찬란한 햇님이여.
시월 스무하루
나그네 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작년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몸속으로 녹이 드는 훈훈함
움츠렸던 몸과 마음인데
올해도 변함없이 화목보일러가
제 몫을 해 줄 것이다.
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주목들이 사열하듯 양쪽에 심어져 있다.
봄 여름내내
선 머슴아처럼 자란 모습인데
마음먹고 이발을 해 주었다.
위 사진의 주목나무들을
아래 사진처럼 이발(전지)을 해 주니
인물이 훤하다.
위 사진도 아래 사진처럼 이발을 해 주니
보기도 좋고 입구도 넓어 보인다.
전지가 끝난 후
입구의 모습
아직은 아니지만
며칠 지나면 우수수 떨어지며
구르는 낙엽들
깨끗하게 쓸어내려면
나그네 허리가 많이 아프겠지
가을을 빛내는 이 꽃들
쓸쓸한 가을이지만
마지막까지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산부추꽃
여기에 무슨 꿀이 있다고
빨대로 꿀을 빼먹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안쓰럽다.
맨드라미
다일리아
뜨락으로 찾아오는 네발나비들
별 볼일도 없는 꽃에도
잔디밭에 달콤한 냄새가 나면
초대하지 않았는데 수십 마리의 네발나비가
우굴 우굴 찾아든다.
낭랑 십팔 세
다알리아
물방울이 아름답다.
익어가는 들깨에
내려앉은 물방울
대추
밤새 내린 비에
구슬처럼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벌레들이 걸려들어야 할 거미줄에
반갑지 않은
보석들이 줄줄이 달려있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4년 시월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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