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는 날이면 /오공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던 그리움이 철없던 그 애절함이 스믈스믈 소리없는 하얀 눈으로 내린다. 밤새 소복히 쌓인 하얀 눈위에 혹여 기다릴까 약속한 그곳에 발자국 남기며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홀로 선명히 찍힌 내 발자국 너무 외로워 뒷거름질쳐 내려 오며..
가을을 잡고 싶은데 /오공 가을을 잡고 싶었는데 덧없이 떠나려 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단풍을 가슴에 품으려 했는데 가을은 토라진 님처럼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너무 좋아 쪽빛하늘 흰구름으로 오색 무지개 단풍잎 그리며 채색 해 왔는데 가을은 참새 눈 흘기듯 무심하..
새벽을 열며 /오공 피부를 스쳐도 왠지 차겁게 느껴지지 않는 찬바람이 고개를 넘나 들면 산속 단풍들이 어수선하게 이리 저리 뒹굴며 길손을 맞는 새벽길 가을을 넘어서는 나무들이 낙엽을 지우고 핏기 잃은 가지에선 깊은 신음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붉고 먹음직한 사과를..
무제 /오공 먹구름이 지나간 자리에 내리는 비 봄비처럼 흉내 내듯 내리는 날 늦가을 자연 냄새가 꽃향기보다 황홀 하구나. 늦가을 힘겨워 버티는 꽃속으로 스미는 빗물 들국화 고이 품속으로 안으려 하지만 겨울 바람 눈보라 날리면 버틸 힘이 없겠구나. 화사한 계절의 미련 따윈 벗어 ..
그리움 /오공 엉클어진 인연도 생각나지 않는 그리움이 밀려오면 자작나무 껍질 같은 내 마음이 밉기만 하다. 생각날까 창가에 걸터 앉아 커피향으로 퍼즐 맞추듯 추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리움만 소득없이 밀려온다. 그날 떠나던 그날 노오란 은행잎으로 깔아놓은 그 길따라 남기고 간 ..
가을을 붙잡고 싶다. /오공 사과가 어제까지 먹음직스럽게 달렸었는데 겨울이 곁눈질 했는지 삭막한 사과가지들이 쓸쓸해 보인다. 신작로 갓길에 심어 놓은 벗나무들도 마지막 달린 잎새를 웅켜쥐고 호들갑 떨지만 뱃재에서 부는 바람이 어디 호락 호락 하던가? 나뒹구는 낙엽들이 융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