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0. 11:12ㆍ아침을 열며
새벽을 열며 /오공
피부를 스쳐도 왠지 차겁게 느껴지지 않는 찬바람이 고개를 넘나 들면
산속 단풍들이 어수선하게 이리 저리 뒹굴며 길손을 맞는 새벽길
가을을 넘어서는 나무들이 낙엽을 지우고 핏기 잃은 가지에선
깊은 신음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붉고 먹음직한 사과를 따낸 앙상한 나무에 사과 한두개 걸쳐 놓은 까치밥과
사과밭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횡재한것 처럼 기쁨에 찬 내 모습은 사라지고
풍성한 몸매의 잔상만을 남긴채 쓸쓸히 가을 저편으로 사라진다.
한편 농부들이 밭두렁에 쌓아놓은 콩들이 비와 서리를 피해 검은 비닐에
쌓여 있지만 타작으로 흰콩과 검은콩으로 태어나 우리들 밥상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며 풍년으로 흡족해 할 농부들의 모습이 찡하게 떠 오른다.
쌀쌀한 마음 움추리고 걷는 고갯길 저편 굴뚝엔 모락 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고구마 구어 먹으며 더 많이 먹겠다고 쌈질하던
어렸을적 정겨웠던 고향 마을 생각에 잠시 길을 멈추어 본다.
마당에선 주인이 뿌려준 먹이에 뒤엉켜 요란을 떠는 닭들의 사랑스런 모습과
도시에선 먹기 힘든 유정란 알을 쑥쑥 낳아 밥상에 올려주는
이런 저런 모습에 행복을 느끼고 사는 것도 진정 시골 풍경일것이다.
은색 물결 이루는 갈대밭 위로 태양이 떠 오르면 꽃향기보다 더 진한
무색 가을 향기가 바람결 따라 온 대지로 퍼지고 그 향기 잃을새라
코를 벌룸 거리며 마음껏 마셔본다.
파란 하늘에 걸친 나무들이 갈수록 앙상하게 긴 겨울을 견뎌낸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해서 나목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케 하고 변화 시키며
나름의 삭막한 아름다운 산야를 그려낸다.
산속의 주인인 새들이 겨울나기 준비로 먹이 사냥에 온힘을 다하고
곡예를 부리며 먹이를 숨기는 다람쥐들의 모습들이 가을을 풍성하게
살찌우며 긴 겨울 맞이에 들어가고
인간들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는 자연의 사계는
새벽 산책의 즐거움이며
우리들이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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