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6. 12:53ㆍ나의 글
군 동기생들과의 53년 우정/오공
동안의 미소년들이 모여드는 곳 논산훈련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넘치는 곳 논산 훈련소
먹어도 먹어도 배곺아서 울음을 삼키던 곳 논산 훈련소.
밤새도록 내리는 빗속을 뚫고 입영열차가 논산훈련소에 도착한 날은 1963년 11월7일
쯤으로 기억되고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며 군 막사에 도착하니 사나이들 냄새와
보리밥 냄새가 뒤엉켜 음산하고 색다른 공포로 나를 반긴다.
신병훈련이 끝나고 배치받은 곳이 전북 금마면에 위치한 후반기 훈련소.
지금은 군편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만난 군 동기들과
870여일간 함께하는 병영생활로 미숙함에서
잘 숙성된 젊은이로 제대를 하게된다.
복학하는 전우들과 생활고로 직장을 찾는 군동기들이 모이기만 하면 군 생활에 생겼던
혁혁한 실수담으로 깔깔 웃곤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만남의 횟수는 줄어들고
연락도 잘 안되더니 망각이란 세월은 몇몇 동기들만이 연락을
주고 받는 세월이 되어버렸다.
이젠 서너 명 군 동기들만이 대소사로 겨우 연락을 유지하지만 만남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귀촌한 전우가 있어 억지춘향 만남을 재촉하여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
동안의 미소년들이 이젠 머리위로 하얀 서리가 소리없이 내려안고 중력으로 주름살만이
얼굴속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 무심한 세월을 노려보고 있다.
두 전우는 옛날 어른들의 가풍을 이어가듯 아들딸을 정혼으로 맺으려 했지만 달나라도
가는 세상에 부모들의 뜻을 따를수가 있을까? 서로 아픈상처만 깊게 남기고
사돈의 연을 잇지 못한 일화가 안스럽다.
53년이란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만남이 세 명의 전우로 줄었지만 우리는 계속 만나왔고
또 만날것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병영생활의 일화들을 써 내려가며
끝없는 만남을 이어 갈 것이다.
동안의 얼굴과 순진함의 대명사였던 전우..
휴가 나올때마다 술한잔에 빨간 얼굴로 사랑을 갈구하던
이 전우가 홍천으로 귀촌을 했고
충남 예산삽교에 살고있는 전우다.
옛날 선비같은 푸근함과 적극적인 사교를 펼치는
멋쟁이다.
모임을 주선한 전우집에서 푸짐한 음식을 장만하여
우리들의 못만났던 지난 이야기에 활력소가 되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귀촌한 집앞마당..
집앞에는 홍천강이 흐르고
주변엔 펜션이 즐비해서 여름엔 사람사는 모습을
실컷 구경할 것 같다.
시골사람답게 네마리의 개와 이십여마리 닭도 기른다.
하얀 오골계가 탐나 봄에 분양 받기로 약속을 받으니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운다.
내년엔 이곳에서 다시 모일수 있을까?
평상에 앉아 지난 병영생활을 아름답게
써 내려가야 할텐데...
천년초가 그룹으로 뭉쳐있다.
꽃 열매도 그냥 있는걸로 봐서 내년봄엔
더 아름다운꽃들이 만발할 것 같다.
이집의 안주인이 시골생활이 그리워 귀촌했다고 한다.
내 주변에선 귀촌하고 싶어도 마누라들의 반대로
귀촌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집은 반대로 마누라가 밭에서의 생활이 너무 즐겁단다.
여름날 밭에서의 일이 얼마나 힘든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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