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2023. 3. 14. 21:20구르미 머무는 언덕

 

 

 

날씨가 20도를 오르내리는 봄이건만

동네주변엔 꽃이 없으니

나그네가 화목을 자를 때 생긴 톱밥으로

수천 마리의 벌들이 몰려온다.

 

벌통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다 따듯해진 날씨에

사전 운동도 못한 체 비실 비실 날아온 벌떼들

톱밥에 무슨 꿀이 들어있을까?

그러나 벌들은 아랑곳 않고 코를 박고 꿀에 빠져든다.

 

누가 시켰을까?

온 동네 일벌들은 하나같이 나그네 집으로 몰려온다.

 나무 자르고 옮기느라 조심하지만 벌들을 발로

짓밟아 버릴땐 넘 마음이 아프다.

 

벌들이 날아오며 내는 웅웅 소리는 

공습경보를 울리는것 같은 착각 할 정도고

자른 화목을 벽에 쌓고 톱밥을 치우니 벌들도

먹을거리가 줄자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다.

 

나그네 집에서 호사한 벌들

꽃이 없으니 어디를 간들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동물의 사체나 분변에서 겨우 꿀을 만드니

역겨울 정도로 난감할 것이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벌들을 보면서

아버님 세대가 살아온 모습이 언듯 스친다.

가족을 굶길수 없어 어떤 노동을 마다않고

일하시던 우리들 아버지가 떠 오른다.

 

벌들아! 조금만 참자.

노랑물이 짙게 벤 산수유가 피고 

매실나무에서 그윽한 향기를 뿜는 매화가

고개를 내밀면 고단한 삶을 내려놓아도 될 것이다.

 

폭설로

기상청이 생긴이래 가장 추었던 겨울이었지만

희망을 가득안고 우리들 곁에서 견눈질하는 봄

화사한 벚꽃으로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나그네 집과 주변에서 

2023.3.8.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