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3. 00:03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겨우내 쌓 놓았던 참나무
날씨가 포근해진 틈을 타
보일러에 들어갈 크기로 자른다.
나그네가 쉬엄 쉬엄
겨우내 걸리는 작업량이지만
전문가를 부르지 않는다.
13톤이나 되는 참나무
전문가를 부르면 반나절에 자르고
벽 쪽으로 예쁘게 쌓아주는데
30~40만 원이란 돈을 아낄 뿐 아니라
운동 삼아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10여 년간 나그네 스스로 잘라왔다.
물론 이제는 힘이 들고
꾀도 나고 허리에 무리가 가니
어이할꼬?
아들녀석 왈
돈 드릴테니 제발
내년엔 사람을 시켜 자르란다.
하루에
두서너 번 정도 보일러에 나무를
지피는 화부로 지내지만
10여 년간
옛 말에 불이 꺼지면 집 안 망한다던
그 불씨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그 덕분에 집안에서
겨우내 반팔을 입고
지낼 수 있는 즐거움도 따르지만
큰 돈 들여 만들어
놓은 황토방이
이젠 창고로 변해 간다.
요사이 기름값과 전기세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보면 시골살이가
꽤 괜찮은 것 같다.
나무값 백삼십만 원과
전기세는 태양광으로 제로에 가깝고
저온 창고는 일 년 전기세 10만 원도
채 들어가지 않으니
도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관리비 비교해 보면
이 보다 더 큰 돈 벌이가 있을까?
시골 농민 대다수 세대가
석유보일러 설치로 비싼 기름값에
움추려 산다는데
다행이랄까?
나그네는 화목 보이러 덕분에
큰 돈 들이지 않고 겨울을 보낼수 있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02.22.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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