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에서 만난 모습들

2022. 5. 17. 17:31여행

 

 

 

 

집 사람이 오랜만에 고향 나들이다.

고사리를  채취한다는 핑계지만 사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얼굴이 그리웠을  발걸음이다.

 

다른 친구들은 버스로 고향을 간다는데

유독 집 사람은 영원한 화부고 운전수인 나그네를

머슴 부려먹듯 기름 가득 채우란다.

 

3시간 반 정도 먼 길이지만 서둘지 않고 내려가니

고성군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기다리는 친구들 모시고

닭 삶아 먹이려고 땀범벅된 친구 집에 도착한다.

 

 푹 삶은 닭으로 허기를 채운 뒤 바로 여성 동무들 

쉼 없이  일어나 고사리 밭으로 가잔다.

나그넨 피곤한데.

 

촌에 일 하러 온 모습으로 변신하더니 고사리

꺾어 담을 수 있는 봉지를 챙겨 들고 

눈치를 준다.

 

도착하니 삼백여평이 되려나? 정말 고사리 밭이다.

쑥쑥 자라난 묵은 고사리들이 부채 펼치듯 자라 있고

그 밑으로 먹을만한 고사리들이 쏙 얼굴을 내 민다.

 

남동생이 짓던 고사리 밭인데 다니던 직장에서

서울로 발령을 받아 묵밭이 되어 버렸단다.

큰 농사였는데..

 

꺾는 손길이 조자룡 칼춤 추듯  빠르니

모두들  만삭이 된 산모처럼 고사리를 한아름씩

안고 내려온다.

 

더 꺾어가라고 해도 일 년은 충분하게 먹을 수

있다며 지친 몸이지만 함박웃음에 입이 째진다

째져..

 

 꺾어온 고사리를 삶는다.

불 때는 화부는 집에서든 이곳 시골이든

연기로 눈물을 가득 먹은 그 임무는 변함이 없다.

 

다 삶은 고사리 뜨겁지만 서로 바뀌지 않도록

표시해 건조기에 넣어 아침에 일어나니 

말라깡이 고사리로  변신해 버렸다.

 

며칠간 고성과  통영 일대의 여행길이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칭찬이 널뛴다.

사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나그네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아침이슬을 매달고 있는 붓꽃

가슴이 찡할 정도로 청초하게 다가온다.

 

 

 

 

 

 

 

 

노란 붓꽃

창포꽃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상리 연꽃공원의 새벽 풍경

연꽃들은 아직 잠에서 덜 깨었는지 봉우리만

살짝 열어 보인다.

 

 

 

 

 

 

 

 

 

 

 

마삭줄(마삭줄이라 썼지만 다른 꽃일수도 있다)

담장을 휘어감은 마삭줄

새벽 공기를 타고 흐르는 꽃 향기에 그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만다.

그래서 그 집안의 내력을 알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126년 된 한옥이고 상리 연꽃공원을 기증했고

고성군에서 관리한다고 쓰여 있고 언제나 개방하는 줄 알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개방을 거절하는데 거절하시는 분은

고약스럽게 생기기도 했지만 말 한마디마다 가슴을 후벼 판다.

이런 분이 카페를 운영한다니 커피맛은 과연 어떨까?

 

 

 

 

 

 

창원에서 왔다는 분의 집인데 나지막한 담장에

위 사진처럼  담장 전체에 글을 써 붙여 놓았다.

담장 안을 들여다보니 앙증스럽게 잘 가꾸어 놓아

그 집에 사는 분의 성격을 알 수 있겠다.

 

 

 

 

 

 

 

 

백선

 

 

무지개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