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2022. 5. 7. 22:36구르미 머무는 언덕

 

 

 

 

시/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뜨락에 홀로 선 모란 한그루

엄동설한을 이겨내며 

봄이 오는 소리들릴까

귀 쫑긋 여는 연두빛 모란

 

한두송이 밀어 올리는

모란 봉우리

슬로 모션으로 보는

느림보 처럼

 

하루 하루

변할것 같지 않은

옷깃을 여미는

모란 봉우리

 

봄이 오는 소리

알아 차렸을까?

 꽃잎이

요동을 친다.

 

산모가 산통을 느끼듯

햇살이 퍼지는 조명아래

보인다 보여

모란이 피는 모습이

 

이렇게 뜨락에 모란이 피었습니다.

 

 

 

 

 

 

 

 

 

 

 

 

 

 

 

 

 

 

 

 

 

모란: 작약과의 낙엽 활엽 관엽으로 늦 봄에 붉고 큰 꽃이 핀다.

여읜: 이별한, 상실한.

서운케: 서운하게.

하냥: 한결같이, 늘.

우옵니다: 우옵나이다, 의 준말, 혹은 우옵니다의 전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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