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이 사라졌다.

2021. 12. 5. 11:26화당리

 

 

삼봉산 정상(909m)

 

 

삼봉산(909m) 근처는 50여 년 전 화전민들이 삶의 터전이었는데

그들이 떠난 지금은 귀촌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로 10여 년 전부터 50여 호도

넘는 집들이 들어서 있다. 

 

 화전민으로 자라난 분이 계시는데 나그네는 그를 자연인으로 부른다.

물론 자연인이란 프로에도 등장한 인물이기도 한데 문화의 혜택을 전연

누리지 않는 순수한? 자연인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전기도 전화도 핸드폰도 손전등도 없는 완전한 자연인인데 문명의 혜택이라면

이 분이 애지중지하는 자전거만이  유일한 재산이며 움직일 수 있는 도구인데

그분이 요즘 보이질 않는다.

 

몇 년 전 집이 불타버린 후 일 년 내내 악조건 속에서 흙벽돌로

움막을 만들고 지붕에 천 조각을 얹어 만들었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오가는 모습이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피골이 상접되었다.

 

 만물상 차가 요란하게  찾아오면

막걸리에 자반고등어를 사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막걸리는 그분을 지탱해 주는 힘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처참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기죽지 않는 자기만의 길을 걷는

뚝심이 있는 사나이었는데..

 

나무하는 모습도 안 보이고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진 지 오랜지라

그 집을 들여다 보니 텅 빈 아무도 살지 않는 그야말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함이 소름을 돋게 만든다.

 

동네분들에게 물어 보아도  다 모른다는데

다른 분들도 다 나그네처럼 궁금하다는데 다행히 그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곳에서 객사를 했을까?

그분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오가는 길 건너편

움막집이 더 처연하게 보이고 나그네 마음이 아팠는데..

 

원주 어느 곳에 삶을 꾸렸다는데

그 이상은 모른다고 하니 궁금증이 더 해만 간다.

 

어느 곳에서 살던 건강을 잘 지키며 남은 생을 뜻있게 보냈으면 하는

나그네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만이

유일한 문명의 도구일 것이다.

 

 

 

 

 

 

 

오른쪽 움막이 몇 년 전 불탄 집이며 왼쪽은 일 년 내내 만든 새로운 움막 속에서

잘 살 줄 알았는데 소식도 없이 이곳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무겁다.

불탔을 당시 많은 손길이 이어졌지만 딱 그때뿐이었다.

울 마누라도 옷가지며 몇 푼 되지 않는 마음을 보탰고 만날 때마다 서로 인사하며

지냈는데..

잘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