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부르는 사계절 산책길

2021. 12. 17. 20:53화당리

 

 

 

 

힘겹게 새싹을 밀어 올리는 봄

어느덧 새의 혀처럼 뾰족하게 내민 이파리엔 

연한 녹색물결이 꿈꾸는 산 산 산

 

꽃망울을 매달고 기쁨에 겨워하더니

줄줄이 붉은 열매를 매단 줄딸기들

바람결 딸기향이 넘치도록 춤을 추는데

 

다람쥐도 새들도 봄이 왔다고

추위를 훌훌 벗어버리고

먹이 찾아 사랑 찾아 숲 속이 떠들썩 난리다.

 

겨우내 잠들고 있던 나비들도 

나들이로 눈망울 굴리던 나그네를 부른다.

홀리듯 쫒느라 산속도 더위에 헐덕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구릿빛 얼굴 되도록 헤매던 산속도 어느새

중년으로 변하는 진녹색이 여름에게 추파를 던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임도

산책겸 나비 찾아 헤매는 즐거움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는데

 

가을이란 세월이  온통 산속으로 익어간다.

도토리와 밤을 훔치는 아낙들 틈새로

다람쥐들도 먹이를 입안 가득 채우자

 

참으로 빠른 세월

고약한 놈 겨울이 벌쯤하게 진을 치는데

할 일 없는 나그네 허탈해 지지만

 

온 천지 나목들 사이로 찬바람 설치는 임도에서

손을 호호 불며 허공을 가르는 카메라 소리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겠다고 용을 쓰는데

 

빛을 잃은 겨울도

봄처럼

여름처럼

찬란한 가을처럼

낙엽 밟는 소리에 대지는 살아있구나.

 

 

 

나그네 짝인데..

 

 

 

 

 

 

물구나무 선 돌..

몇달째 그 자리에서 묘기를 부리는데..

 

정성으로 쌓아올린 돌탑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쇠딱따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소나무에 

솔방울이 엄청 많이 달려 눈길을 끈다.

새들도 먹지 못하는 솔방울..

그래 씨앗을 뿌려 자식들 잉태시키려무나...

 

무슨 버섯일까?

 

자작나무

 

 

 

참나무에 암이 발생했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나무를 외워싼 혹

그래도 아픈 표정없이 
굳굳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글처럼 많은 나무를 며칠동안 베어내느라 

여름내내 땀을 뻘벌 흘리며 60대 부부가 만든 농막

허가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허가를 내 주었다면

이런 곳에 농막을 만들기 위해 벌목을 한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은 모를까?

아니면 허가없이 불법으로 산을 훼손한 것일까?

너무 화가난다.

 

 

 

누구를 위한 다리인가?

오직 나그네만 오가는 다리인데

오늘도 할일없는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