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화 피는 계곡엔..

2020. 9. 19. 22:10아름다운꽃

 

 

 

가을바람이  일렁인다.

집사람이 어디론가 떠나자는데 갈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까운 곳 사찰 쪽으로 방향을 잡아볼까? 생각하다가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영월 주천면의 생선구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주천면 쪽으로 가다 보니 며칠 전 불방에 올려진 물매화가 떠오른다.

영롱한 모습에 립스틱을 짙게 바른 기생처럼 말이다.

그 장소가 어디일까?

가던 길을 멈추고 검색해 보니 평창의 대덕사 골짜기란다.

 

 

 

 

 

 

 

 

 

아직 시간이 이르다.

물매화를 담은 후 식사하자고 하니 그렇게 하란다.

주천면에서 대덕사로 달려가니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물매화가 이 작은 골짜기에 만 서식한다니 어떻게 알고들 찾아올까?

벌써 두서너 팀들이 삼각대를 걸쳐놓고 명당을 안방처럼 차지했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려 보지만 내가 있어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지만 아뿔사 카메라 렌즈가 어제 뜨락에서

쓰던 접사렌즈 그대로 갖고 왔으니 어찌하랴..

 

물매화를 담는데 필요한 렌즈가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는

알면 뭘 하겠는가? 다양한 렌즈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주 작은 녀석들 담으려면 금상첨화겠지만..

카메라 초보의 당황함에 지금도 얼굴이 빨개진다.

 

 

 

 

 

 

 

 

 

 

장화신고 물속으로 덤벙거리며 다니시며 열심히 찍는 분들을

피하다 보니 등산화를 신은 내 발 사이로 물이 들어온다.

무엇이라도 한컷 담아야 하는데 그 분들이 외면한 곳에 핀 물매화가

내게 빠알간 미소를 보내는데

 

어렵사리 찾아온 김에 무턱대고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보지만

물매화가 시들어 어이할꼬? 이 모습이라도 몇 장 담는 게

맞다 싶어 서둘러 몇 장 건지고 그 골짜기에서 나오고 만다.

 

도 아니면 모라고 대덕사나 구경하자며 대덕사로 향하는

골짜기에 사람은 없고 물매화가 바람에 춤을 춘다.

바로 차를 세우고 나 홀로 그것도 립스틱을 짙게 바른 물매화

몇 장을 담는데 요란한 사이렌이 울린다

 

 

 

 

 

 

 

 

퉁명스러움이 벤 얼굴로 어서 나오란다.

 이곳은 며칠 있어야 개장하는 곳인데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

따지기에 못 들어가라는 표지판도 없지 않으냐 맞장구를 치자

나뭇가지 몇 개를 잘라 걸쳐놓은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참으로 가소롭다. 장마 통에 떠 내려온 나뭇가지로 생각했는데..

 

우선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나뭇가지를 걸쳐놓으면 누가 알소냐?

막으려면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안내를 해야지 라고 말하니

본인도 멋쩍은 듯 애써 나를 외면한다.

내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그네는 세상 살아가는데 큰 범법을 하면서까지 살진 않았는데

 낯선 자에게 봉변이 아닌 봉변으로 이상한 사람 되었지만

 물매화 담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상태의 꽃으로 대접하려는 노력

환경과 물매화의 귀중함을 지키려는 그분께

정중히 사과드리며  미안한 마음 전한다.

 

그분들이 이 골짜기를 가꾸고 지켜주심으로 물매화가

잘 보존되고 있으며 더 번창할 수 있을 것이지만

오늘 내가 한 행동들이 고의가 아니었지만

상식에 어긋나지 않았을까 자성해 보며

 

좁은 골짜기이다 보니 자연상태가 아닌 길을 만들며 쌓은 축대로

골짜기가 훼손되여 많은개체들이 사라진게 아닐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주쓴풀도 한포기 보았습니다.

 

 

 

'아름다운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합의 꽃 색깔이 변한다.  (28) 2022.07.31
물메화 피는 계곡  (0) 2021.09.14
7월의 꽃은 낭랑18세  (0) 2019.07.16
백합  (0) 2017.07.25
접시꽃 일생  (0) 20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