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30. 18:28ㆍ나의 글
영그러가는 가을 /오공
꺾일 줄 모르던 폭염속 후끈 달아오른 열기도 가을이란 문턱에서 속절없이 고개를 떨군다.
비가 내리면서 더위가 한풀 꺾이더니 아침저녁으로 두꺼운 옷을 찾게 되고
어느새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더위에 지쳐서일까?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열기로 가을이 다가오는 것조차 느낄 수 없이 힘들게 보내고 과일나무들은
자기 나름대로 정성껏 과육을 키우며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갈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의 화당리에도 가을이란 놈이 이나무 저나무들에게 참견하고 호두나무엔
호두알들이 다닥다닥 열리도록 돕더니 조만간 호두알들을
수 없이 토해낼 것이다.
임자 없는 1~20년 된 호두나무가 십여구루가 있는데 호두알들이 우루루 떨어지는 날엔 제일먼저
다람쥐들 차지가 될거고 나머지 호두알들은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일텐데 재수가 좋으면 한말
이상은 주울 수 있고 그 길을 수시로 다니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나도 행운의
한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2주 후면 추석이 다가오는데 여러밤나무에 달린 밤송이가 제대로 크질 못하는 것 같다.
뜨거운 열기와 오랫동안 가물었고 비가오지 않아서겠지만 이 상태라면 3주가 지나도 딱 벌어진
밤송이와 밤톨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찡해온다.
올 여름 내내 날씨란 놈이 요들갑을 떨며 산내들을 못살게 굴었지만 농부들은 모든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여름의 긴 가뭄과 열기, 철없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풍년을
만들고 작년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을 채색 해 나갈 것이다.
황금빛 벼들이 풍년을 예고하는데 농부들은
벌써부터 쌀값이 떨어질거라고 근심걱정들이다.
"쌀값아 그 자리에 멈춰주라"
기합을 넣어보지만
속절없이 찾아오는 가을속에서
흰눈오듯 메밀꽃이 핀다.
다섯가지의 맛을 낸다는 오미자
오미자 송이송이에 감탄과 찡그림 쓴듯 달콤함이
심금을 울리며 건강을 챙겨줄 것이다.
호두알...
표피가 벌어지면 호두알들이 줄줄이
밤송이가 외소하게 자랐다.
작년 이 맘때면 입을 쩍 벌려 밤톨을 토해 냈을텐데..
안타깝다.
대추알이 제법 크게 열렸지만
붉게 익을려면 좀 더 있어야겠다.
개복숭아.
작년 같으면 남아있을것 같지 않은 개복숭아.
이제 겨우 제 모습으로 달려있다.
호박도 끝물이 된듯
자르르 흐르던 윤기가 사라졌다.
호박죽이 널 기다린다.ㅋㅋㅋ
추석상을 빛낼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농부인 주인을 기쁘게 해준다
부추의 꽃
잣도 익어 가는데
올 추석엔 얼굴 보기 힘들것 같다.
맨드라미가
슬픈듯 아쉬운듯 가을을 노려본다.
황화코스모스도 가을을 품어본다.
가을이 밀려오니
샌치해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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