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5. 00:30ㆍ아침을 열며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비가 내린다 /오공
세월이 술 취했는지 봄 여름도 분간을 못하는 가운데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며칠째 이어지자
산내들 여기저기에서 목이 타 들어가는 비명소리가
메아리로 되돌아 오고 농부들 한숨소리에 밭에
채소들도 서럽다고 고개를 숙인다.
바싹 마른 대지에 먼지가 풀썩나도록 빗방울이 촌스럽게
내리지만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피어난 꽃들에겐
감초 같은 빗물일 것이다.
동네 분들과 떠나는 여행에 십일 정도 집이 빌 예정인데
잘 다녀오시오 라는듯 빗물로 화답해 주는 날씨 덕분에
뜨락의 가뭄이 해결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오월도 막바지 언덕을 넘느라고 힘이 많이많이 들겠지만
찔레꽃과 아카시아 꽃의 그윽한 향기가 유월로
가는 길을 잘 안내해 줄 것이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 에 여러 종류의 꽃들 모두가 색을 달리하며
피고 지기를 이어가고 이 꽃들과 마주 할 때마다 연인들처럼
속삭이는 이야기로 에너지가 넘쳐나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수없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는 새들과 "구르미 머무는 언덕"을
단단하게 지키는 곰순이와 마당에 풀어 놓은 닭 두 마리의
발길질로 어지럽히는 화단을 정리하는 내 모습에
화도 나지만 이런일로 행복을 느끼며 산다.
단추보다 작은 3단 앵초가
빗속에서 미모를 자랑하고
패랭이도 나도 꽃이라고 외치고
꽃양귀비..
외국에선 이 나무로 울타리를 만든다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삼색 버드나무라던가?
꽃양귀비가 하얀얼굴로 나를 반긴다.
인동초라던가?
은은한 향기속에 머물러 본다.
병꽃의 화들짝 웃음에
재를 뿌리는 빗물
작약이 그 고운 얼굴에
빗물을 매달고 미모를 자랑한다.
속내를 감추고
클레마티스
외국산 큰 으아리라고 해야 되나?
패랭이..
불두화..
수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나보다.
수백개의 꽃에 빗물이 스며들어
꽃나무가 채신머리 없이 땅에 코를 박는다.
산에서 빌려왔는데
샤스타데이지 라고 동네분이 이야기 해주는데
맞는 이름인지 모르겠다.
복숭이가 빗물로 목욕을 즐긴다.
자주달개비
이름을 모르고 꽃생김도 넘 엉성하다.
그래도 해마다 꽃밭을 점령하는 요놈..
"뱀무"라고 알려준다.
금낭화
컴프리꽃이 그리 예쁘진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앙증맞은 구석이 있다.
석죽
울동네엔 유난히 석죽이 많이 핀다.
심은 자리에 씨가 떨어져 온갖 색갈로
눈을 호사시킨다.
비맞은 닭..
자유를 갈구하는 닭에게 문호?를 개방했더니
비맞은 생쥐가 되었다.
찔레꽃..
올핸 찔레향이 얌전히 제자리에 머문다.
포도송이가 좁쌀만하게 다닥 다닥 달려있으니
올핸 포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토마도꽃
주렁 주렁 열릴 토마도 생각에 군침이 돈다.
하얀 붓꽃..
동네분이 아이리스라고 주며 흰꽃은 귀한것이니까
잘 기르라고 하신다.
고마워유~~
비를 피해서 대롱 대롱 매달려
곡예를 한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든든히 집을 지켜줄 "곰순이"
꽃양귀비도 비를 맞으니 초라해 지는구나.
비맞은 양귀비
오늘아침 꽃을 피웠는데
딱 한송이.. 진짜다.
바람에 실려와서
꽃을 피우다니
사진을 찍었으니 빨리 제거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