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

2012. 8. 20. 14:41나의 글

 

가을이 오는 길목 /오공

 

여름 뙤약볕을 식히는 비가 주룩 주룩 사정없이 내리면 푸르렀던 대지가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연한 갈색이 비치는 느낌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가온다.

 

숲속 널려있는 칡넝쿨 꽃향기가 꿀물처럼 달콤한 향기를 품어 내는 계곡

저 편에 청자 빛 하늘로 목화송이 풀어 헤치듯 흰 구름 두둥실 기묘한

형상을 연출한다.

 

보라색 미인 얼굴이 예쁘다더니 연보라빛 싸리꽃이 몽글 몽글 진한 향기로

얼굴을 붉히면 여름은 매미소리에 실려 정처 없이 저 멀리 쑥 고개를

넘어간다.

 

작년처럼 밤송이가 어린애 주먹크기 만큼 커가고 벌들이 주변을 맴도는

날이면 곤충들은 더듬질로 여름을 달래고 날개 짓으로 더위를 삭이면서

아쉬운 여름을 보듬어 본다.

 

고추잠자리 낮게 코스모스 바람결 하늘 거리면 땀띠 밴 여름도 속수무책

코가 빠지고 기세 좋던 열기가 생명줄 내려놓고 익어가는 수세미처럼

축 늘어져만 간다.

 

파랗고 빠알간 고추밭 농부의 손놀림 팔랑개비 처럼 돌아가고 더위는 숨 막히게

마지막 심술을 부려 보지만 쇄진해진 여름은 아낙들의 끈질긴 투쟁에 그만

고개를 숙인다.

 

망초대 달맞이 온갖 야생화들이 짙은 향기로 벌 나비 부르며 흥청거려

보지만 귀뚜라미 소리에 밤하늘 별들이 수다를 떨면 자 벌래 자로 재듯

열기를 밀어낸다.

 

보라, 저 멀리로 곱게 물들인 꽃 댕기 휘날리는 갈색 손님은 또 다른

세월의 탄생을 예고하며 비호처럼 우리 곁을 스치며 다가온다.

 

산속에도 들에도 흐르는 냇물도 가슴을 열고 그대 품속에서 새로운 계절의

탄생을 기다린다..

 

 

 

201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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