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2016. 3. 3. 19:54화당리



먼 길 / 오공


주인은 5일전 먼~길 떠났는데

충직스러운 개들과 닭들이 주인없는 빈집에

도둑놈 지키려고 목청높여 철통같이 방어하지만


먼~길 가며 식솔인 닭과 개에게 눈길도 못주었는데

주인의 몹쓸 죽음을 알 수 없는 식솔들이기에

배고픔도 잊은채 밤낮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눈 속에 파묻혀 적막만이 흐르는 유령의 집

지금 까 언제 올까

초롱초롱 눈망울에 주인의 그리움이 안타깝게 담겨있네


동네를 쑥대밭 만들고 주민들을 중태로 병원이 왠말이더냐.

철없이 택한 먼~길 할말도 많을까 택한 저승길이겠지만

식솔들, 이제 올까 저제 올까 긴 기다림이 덧없이 흐른다.


식솔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산 짐승들인데 배곺음의 연속인데

동네 어느분도 돌보지 않는 식솔들의 죽음이 어른거린다.


먹이를 주려는데 도둑으로  몰리고 만다.

먹이를 눈위에 뿌려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지만

명줄이 조석으로 슬금슬금 조여오는구나.


자식들이 유품 정리하러 오지 않으면

부모의 몹쓸 죽음자식들의 몫이 아닌데도..

이 식솔들의 운명도 먼~길 떠날 운명이 될까?


주인따라 먼~길

아니야!

그 길만은 막아야 한다.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는데

앞으로 너희들 운명이 걱정이 된다.





요놈은 그래도 잇빨을 들어내지 않고 먹는데만 열중한다.

주인없는 너희들 무엇을 생각하니?





나를 쳐다보는 눈이 애처러운데

먹이를 주자 잇빨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누추지 않는다.





주린배를 채우며

한껏 주인을 위해 집을 지켜 보지만...





낌새가 이상한듯 두리번 거린다.

먹다말고 주인을 생각하나?





나를 피해 도망 다니는 닭들...

먹이가 따 떨어지고 물이 없으니...

눈이 오는 바람에 닭집에 쌓여 다행이다.





너무서러워 알도 낳지 않았니?





닭모이가 없어 개사료를 대신 주고 돌아선다.





허겁지겁 빈 배를 채우는데..

너희들 목숨이 어찌될꼬?

망자의 자식들이 챙기지 않으면 동물농장에

연락이라도 해야겠다.







'화당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타버린 자연인의 처절한 절규  (0) 2016.06.24
분봉 벌들이 갈곳을 잃다.  (0) 2016.04.27
시샘하는 춘설  (0) 2016.02.29
봄을 기다리는 무당벌레  (0) 2016.02.16
배재고개의 통행의 금지 및 제한안내  (0)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