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0. 10:45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벌초때가 되면/오공
작년에 이어 오늘도 사촌들과 조카들이 할아버지 산소를 찾는다.
서로 바쁜 생활로 만나기 힘든 핏줄이지만 명절이나 이런 행사가
친분을 겨우 유지하는 날이기도 하다.
옛날과 달리 윗분을 먼저 찾는것 보다 먼저 갈 수 있는 곳을 벌초한 후
할아버지 산소로 오랫만에 만나 건강과 지난 이야기에 푹 빠진다.
늘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섭섭한 울타리들...
여러 형제와 조카들이 함께하는 벌초에 서툰 낫질이 꼭 조자룡의
칼솜씨로 보이니 어쩌나!!!. 번개처럼 빨리 끝내고 술한잔을 올린 후
헤어지게 되지만 무더운 햇살도 우리형제들과 조카들의 단합된 모습에
고개를 떨군다.
벌초를 끝내고 11월에 장가 보낸다는 작은집 둘째 동생이 한턱 쏜다고
모두 근처의 음식점에 초대를 한다.
한동안 자기형제들 문제로 이런 자리를 피해오다 오해를 내버리고
2~3년전부터 핏줄들과 어울리며 참석 해 주니 고맙고
이런 자리에서나마 자식의 장가 보내는 소식을 전하니 마음 뿌듯하고
그들의 서운했던 형제들도 진심으로 마음을 풀기 바라며 형제애란
먼저 손을 내 밀어야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이런 계기가 아니어도, 서운하더라도, 바쁘더라도 빠지지 말고 핏줄의 강한
힘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내 간절함이 내년에도 계속 통했으면 좋겠다.
사촌 큰형수님을 비롯해 사촌형제들과 조카들
내 큰형님이 벌초를 거들고 계신다.
도움은 별로지만..ㅋㅋㅋ
내가 갖고간 예초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모두 낮선 낫질에 땀을 뻘뻘 흘린다.
으름..
해마다 우리나라 빠나나 으름이 주렁 주렁 열리고
속내를 들어낸다.
여기도 활짝 입을 벌려 자기를 사랑 해 달란다.
길가엔 코스모스가 갓길을 장식해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긴다.
그리고 가을의 낭만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내 아버지 산소에서 하직인사를 드린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부모님.
살아생전에 잘 해 드리지 못하고 여행한번 해 드리지 못한
후해가 밀려 온다.
조카 큰 질부도 오늘 열심히 일하며
소원을 여쭙나 보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ㅎㅎㅎ
큰형님 내외분이
무슨생각을 하며 계실까?
나의 며느리도 풀한포기라도 남기지 않으려는듯..
나무가 울창하여 햇살이 그리운 잔디가 자라나지 못한다.
묘책이 없을까?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제물을 치우고 있고
예초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더 고생하는 아버지 큰집 조카
떠날 준비를 하는 조카들..
내년 이밈때 다시 만날것을 묵시적으로 약속하고
헤어지려 한다.
흔한꽃인데 이름을 모른다.
이런꽃들이 할아버지 산소를 지켜주니
내 마음도 행복 해 진다.
하산하는 형님과
뒤에 내려 오는 조카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각자의 일터로 행복을 가득안고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모이자 그리고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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