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6. 19:33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찾아온 손님들 / 오공
시월도 마지막 밤을 향해 가파르게 달려가고 어쩔줄 몰라하는 단풍들이
고운자태로 온산속을 채색하지만 가는 가을이 아쉬운듯 수많은 사연을
갈색 낙엽에 적어 술취한듯 비틀거리며 대지위로 토해내고
꿀벌들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겨울양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수많은 새들도
방법은 다르나 먹이 사냥에 우리집 뜨락을 점령 해 보지만 척박한 가을은
이들에게 겨울준비가 만만치 않음을 알려준다.
자치센타 풍물반의 총무님이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을 모시고 우리집을 찾는다.
풍물단원으로 집사람의 지도를 받아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이들이
우리사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방문 해 주었다.
겨울눈이 수북히 쌓인 뜨락에서 곶감 빼먹는 상상을 하며 하나 둘 깎아 처마밑에
매달아 놓으니 감냄새를 솔솔 풍기며 가을이 내 가슴에
살포시 안긴다.
새가 솔방울 씨앗을 빼먹는데
옆에 서 있던 내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
거실에서 내다 본 새의 자태
수시로 내려앉아 우리를 감시하지만
우리부부의 알콩달콩이 보기 좋은가 보다.ㅋㅋㅋ
분주한 벌들이 국화종류를 가리지 않고
꽃들을 괴롭힌다.
클레마티스에 무슨 꿀이 있는지
온힘을 다해 찾아 보지만 헛탕인가 보다.
은은한 향기의 국화가 붉그스레 웃음을 선사하고
심오한 가을처럼 도도하게 포즈를 취한다.
꽃잔디속에서 버섯이 피어 오른다.
이름은 모르지만 독버섯이 아닐까?
며칠후 검은색으로 주저 앉으며 생명을 다한다.
가을속 시인처럼 긴 몸으로
시 한수를 써 내려 가고
흰국화가 그 모습을 하얀미소로 바라본다.
사력을 대해 가을을 품는 다알리아..
서리가 내리면 영영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어 한방 찍어본다.
분주한 벌들도 꿀딸 힘이 부치고
날개짓에서 추억을 토해낸다.
가을은 모든 동식물들에게
다음생을 이어 갈 준비기간을 준다.
우리집을 찾아 오신 가을 여인들..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들이 가을속 우리집을 빛내준다.
우리집이 그녀들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깊게 새겨졌으면 좋겠다.
가을을 생각하는 두 마음이
이렇게 다가오고
감 익어가는 소리가 그리움을 자아내고
만추의 가을은 이렇게 깊어간다.
솜씨없이 깎아졌지만 감들이 바람과 햇살이 녹아들면서
명품의 곶감으로 환생 할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 한수가 생각날것 같은데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릴뿐 아무 생각이 없다.
기다림의 미학처럼
이들 모습들이 풍미를 더 해 익어가면서
곶감이란 농축된 먹거리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한알 한알 깎으며 생기는 허리아픔 조바심도
이렇게 걸린 모습을 상상하면 어느새 고통이 잊혀진다.
이놈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바라보면 왠지 행복 해짐을 느낀다.
인생도 평탄한 길이 없었듯이
감으로 태어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햇살과 바람 벌레들의 절묘한 만남에서
명품이 되듯
노년으로 접어드는 우리네 인생길도
감의 일생처럼 마지막을 멋지게 기억 되었으면 좋겠다.
꽈리의 일생
내년에도 그자리에서 환하게 웃어줄 것이다.
끈질기게 생을 이어가지만
우쭐대던 옛 모습은 간데없다
인동초도 검은 열매를 맺어 다음생을 준비하고
황하 코스모스도 손님을 불러
다음 생을 준비한다.
구절초도 손님을 초대하고
가을에게 하직인사를 드릴것이다.
접시꽃 한송이가 가는 세월이 얼마나 서렵기에 홀로 피어
피켓든 여인모습으로 외로움으로 서있다.
가는 가을을 물끄럼이 바라보며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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