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2012. 4. 23. 21:55나의 글

 

거실에서/오영상씀

수정 고드름 햇살에 겨워 영롱한 눈물 흘리고

여위어 가는 몸매엔 가는세월 봄 향기 품는다.

 

구더기 입에 물은 수탉이 꼬꼬하며 암탉을 부르고

맛있게 먹었다고 애정의 날개를 푸득거린다.

 

우리 속에선 개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닭들의 사랑 놀음에 부러운 눈총을 보낸다.

 

햇볕이 따사롭게 추위를 녹이는 베란다엔

삼십일 갓 태어난 여섯 마리 새끼 개들이

온갖 애교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햇볕 가득 거실에선 자봉틀 소리에 실타래 풀리고

마누라 안경 너머 손길에 개량한복이 주인을 기다린다.

 

거실 건너 앞동네 굴뚝엔 힘찬 연기 피어나고

외투입은 동장군이 잠시 자리를 피해본다.

 

흰눈이 쌓인 산속엔 소나무들 푸르름 더해주고

바람에 날리는 잔설은 나그네 옷속으로 파고든다.

 

개울가 물길이 추위에 하이얀 어름판을 잉태하지만

물가 버들강아지에 피어나는 솜털은 막지 못하네.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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