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3. 17:32ㆍ아침을 열며
가을 길목 /오공
잠자리가 낮게 날면 파란하늘 흰구름이 두둥실 떠돌고
번잡한 내마음을 수 없이 그려내는 가을이 자리를 잡는다.
꽈리가 빨갛게 익어가면
속내를 보일듯 하트 모양으로 꼭꼭 숨어 버리던 가을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벌이 쏘지 않아도 밤송이는 저절로 밤톨을 들어내고
도토리들도 다람쥐들아 부르며 우수수 떨어지며
가을을 부른다.
꽃범의 꼬리가 그 화려함을 내려놓고
수수하게 피어나는 가을꽃들도 그 자리를 차지하며
가을품에 안기니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빗속에 노오란 물감을 탓는지
빗방을 지나간 자리에 가을옷을 입히며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마귀가 가을햇살을 쪼이며
조용히 가을을 맞는다.
어린시절 꽈리속을 빼내 입에 넣어 오도독 불던 시절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내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려 앉았다.
나팔꽃과 이름모를 꽃들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 주려고 한다.
국화가 잎을 벌리며 가을을 껴안는다.
국화향이 그리운 계절이여!!!
왼쪽이 곤드레밥 해 먹는 꽃이고
오른쪽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꽃범의 꼬리
황화의 코스모스와 길거리 코스모스가
여름의 가믐이야기를 해주려는듯 한들거리며 가을을 부르고
아주까리잎새가 두손을 벌려 가을을 껴앉는다.
왼쪽이 범부채이고
오른쪽은 범부채의 씨앗
키 만큼만 씨를 날려보내 싹을 틔운다는데 과연 그럴까?
맨드라미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가을과 맞서고
호박도 가을과 겨루지만 어쩔수 없나보다.
꽃이름이 알쏭달쏭하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버티지만..
금관화의 꽃과 그 씨앗
아마릴리스가
가을이 온다고 쌍나팔을 불어댄다.
메리골드는 흔한 꽃이지만
그 자태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영롱한
아름다움이 베어 나오고
가을의 전령자...
잠자리가 꼼짝도 않고 철학자인양 가을을 음미한다.
인동초가 수시로 꽃을 피워 가을에게 추파를 던지지만
머지않아 가을에게 꼬리를 내릴것이다.
방아꽃..배초향이라고도 함
경상도 사람들은 장어탕이나 부침개에 방아잎을 넣어 먹는다
차즈기
속명으로는 소엽이라고도한다.
백일홍도 안깐힘을 쓰며 벼텨 보지만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이젠 자기 색갈도 구분 못하며 피어나는
다알리아가 너무 애처러워 보이고
대용담이 꽃잎을 들어 낼 무렵
가을 길목을 지키며 우아하게 피어나
주변을 보라색으로 물들일 것이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가을을 보면
진한 인생의 아름다움도 보일 것이고
여심을 흠치는 가을이
낙엽을 밟으며 그리움의 추억을 그리는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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