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삶 /오공
2014. 12. 20. 17:48ㆍ시 같은 글
여인의 삶 /오공
사랑방 시아버지
콜록 콜록
곰방대 두들기는
소리에
밤새
바느질에
눈꺼풀과 씨름하던
비몽사몽으로
호롱불을 켠다.
천근 들기 보다
더 힘든
눈거플 올리는
새벽이 오면
먹성과 입성이
연 걸리듯
가난이
기가 차는데
시어머니
올챙이 시절
잊었는지
숨통을 죄어 오고
소죽에
시어른 밥상에
남편
자식들 먹이고
바가지에
퉁퉁 불어터진
부뚜막 누룽지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면
살림거덜 낼 년이라고
도끼눈 뜨는
시어머니
무명 옷감
길삼질에
해가 중천에 걸리면
늦을새라
시어른 점심
정성으로 올리고
엄동설한
얼음물에
혼절하듯
빨래하는 여인네들
갈라진 손등
오즘 받아
치료 했다는데
빨래줄에
풀먹인 시아버지 옷
황태 덕장처럼
얼고 녹이지만
제삿날
입으실 옷이라는데
노심초사
화로불에
요리조리 말리는
내팔자
우물가에 모인
여인네들
시어머니들 흉으로
추위를 녹인다는데
좁쌀에
시래기 버무려
고구마에
양을 늘리지만
배곺픔이
긴 겨울로 이어진다.
적막 속으로
빠지는 밤
시어미 눈치 보는
남편이
야속도 하건만
어찌 어찌
자식들
줄줄이 생산하고
입히고
키우는
신비한 어머니
자고 나면
쌓이는
바느질감
호롱불에
눈이 아물 거리지만
시부모님
저고리 동정을
정성껏 바느질로
훈장처럼
효부로 불리지만
빗쟁이 처럼
새벽 문이 열리면
질긴 인연이
채바퀴 돌듯 도는데
할머니의 며느리
어머니의 며느리
손주 며느리로
이어지는
여인의 삶
여인들
모태의 힘
진통의
위대함이
큰 세상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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