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3. 17:59ㆍ아침을 열며
오갈피나무가 팔리는 날 /오공
땅속에 잠든 생물들에게 봄소식을 전하듯 하염없이 소록 소록 비는 내리고저 멀리서 불어 오는 봄소식을 시샘하듯 삭풍은 불어댄다.뺨을 때리고 눈을 부라이며 불어대는 겨울 바람이라해도 봄의 열정을 싣고 달려오는수레바퀴를 어찌 되 돌리겠는가?
밭에 심어 놓은 오래된 오갈피 나무들 밑둥을 자르자 봄을 품은 오갈피향이 코끝에서 물씬 풍겨나고 서투른 농부의 손길로 베어서일까? 베어낸 오갈피 나무들을 약초꾼들의 손에 넘기려니 오갈피의 앙상한 가지들도 핏기를 잃어간다.
오갈피가 인간에게 이로운 약효를 많이 함유되어 있는지 잘 알디 못하지만 해마다 터지는 약용식물들의 효능이 신문이나 방송을 타게 되면 벌떼처럼 몰려드는 인간들의 수탈에 씨가 마르건만 오갈피는 베어내도 쑥쑥 자라는 습성 때문에 환대는 커녕 홀대를 받는것 같다.
전령이 봄소식을 전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고 일어 나면 쑥쑥 자라는 오갈피 순...맛이 쌉사리 하지만 입안에 퍼지는 향기는 겨울내내 잃었던 입맛을 돋구어 줄 뿐 아니라무쳐 먹고 쌈싸 먹고 장아찌로 변신하여 귀한 대접을 받는다.하지만 사랑 받는 기간은 봄철 첫순이 쇠기전까지가 아닐까 싶다.
잎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나무에서 마른 오갈피 열매가 짙은 보라 색소를 품어서 그런지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이 함유된 것 처럼 보이고 이 열매로 효소를 담그거나 말려서 차로 끓여 먹는 것을 보면 일년내내 약용으로 대접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며칠동안 손에 가시가 박히는 고통을 참아가며 자르고 묶어 놓은 오갈피 나무들을 좋은 값에 팔려고 한다.흔해 빠진 오갈피 가격은 kg당 300원이란다. 몇년을 베어내지 않은 오갈피라 가격이 안 나간단다.일년생은 kg당700원이니까 반값도 나가지 않는다.그래도 어쩔수 없지 아니한가?
다시 말하면 내 서툰 솜씨로 베어낸 기간이 4일인데 값은 하루치 일당도 어렵다고 하니억울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화목으로 쓸려고 해도 가시가 많고 화력도 없으니 내 마음이 벌레 씹은것 처럼 씁쓸하기만 하다.
이것을 씨게 매입하여 약초로 만들어 팔아도 생활이 궁핍 해 보이는 남자 나이가 65세이고 함께 온 마누라 고향은 베트남이고 나이차가 27년으로 결혼 10년차에 아들이 열살이라는 아낙이 가난이 찌들어 있지만 자존심은 강해 한 가정을 지키려는 가상함에 내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가격도 묻지도 않고 그냥 가져가라고 해 보지만 계근하여 나오는 Kg만큼 계산하겠다고 한다. 뱃재에서(제천시 백운면 화당리에서 강원도 귀래면으로 넘는고개)부는 겨울 바람을 맞으며 신랑과 일하던 월남 아낙이 얼어 죽을 것 처럼 보여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식사와 따듯한 차 한잔으로 추위를 녹여 돌려 보내면서 나와 내 마누라의 마음에 찾아 들던 봄 소식은 어느덧 사라지고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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