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에 남은 것은

2024. 9. 30. 07:55나의 글

 

 

임도에 남은 것은

 

폭우가 지나가고

새벽 기온차가 심한 산속에 여름 같은 폭염이

강렬지만 가을을 알리는 낙엽이 딍그는 임도엔

찌렁찌렁 울던 메미소리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간혈적으로 우는 새소리와 숨죽인

풀벌레소리만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새로 태어난 나비들도 산뜻한 모습은 사라지고

온몸에 가을빛을 달고 마지막 만찬에 빠져있고

도토리와 알밤과 잣송이가 바람결에 툭툭 떨어지는데

보여야 할 다람쥐는 어디가고 허름한 배낭을 메고

나타나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동물들의 겨울밥인데

이들이 지나가는 임도와 산속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듯 텅 비고 홀쭉했던  배낭은 베불뚝이로

홀연히 사라지자 누가 버렸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먹다 버린 쓰레기들은 밤과 도토리가 자리했던

곳에 대신 채워진다.

 

이 찬란 가을이 무색하게 말이다.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 임도에서

2024년 9월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