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붙잡고 싶다. /오공
2013. 11. 7. 09:49ㆍ아침을 열며
가을을 붙잡고 싶다. /오공
사과가 어제까지 먹음직스럽게 달렸었는데
겨울이 곁눈질 했는지
삭막한 사과가지들이 쓸쓸해 보인다.
신작로 갓길에 심어 놓은 벗나무들도
마지막 달린 잎새를 웅켜쥐고 호들갑 떨지만
뱃재에서 부는 바람이 어디 호락 호락 하던가?
나뒹구는 낙엽들이 융탄자 길을 연다.
그 길 끝머리에 낙엽으로 만든 멍석에
가을의 정갱이를 분질러 앉혀 놓고 싶은데
무지막지한 그놈의 겨울이
가을을 웅켜쥐고 보내려는데
아직 남아있는 풍광을 어찌 두고 떠나겠는가?
계곡물에 두둥실 떠도는 단풍잎들이
너도 나도 모여들며 차마 그곳을 벗어나기 싫어
빙글빙글 몸부림 치는 물결에 가을을 놓아 버린다.
※뱃재-백운면 화당리에서 원주 귀래면 넘는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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