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집에 가을이 오면

2023. 10. 12. 08:41일상

 

 

 

 

나그네 집에 가을이 오면

 

우리 집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가 실내를 따듯하게

데워주는 기능이라면  옛 초가집 굴뚝 연기는

저녁밥을 짓는 전형적인 목가의 모습으로

 

어머님들이 아궁이에 불을 때 저녁상을 차리시는

지금은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옛 생활이 

왠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으스스 추위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새벽을 여는 수은주는 영상 5도를 가리킨다.

어제는 영상 3도까지 가장 추운 아침이었다.

 

서리가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도

몇몇 꽃들이 예쁨을 뽐내며

마지막 가을을 수 놓는다.

 

 추위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못하는

손톱만 한 나비들이 이슬을 가득 뒤집어 쓰고

미운 가을속 생의 마지막을 견디고 있다.

 

메리골드가 씩씩하게 추위를 견디고 

가을을 대표하는 몇몇 종류의 꽃들도 이슬을 안고 

가던 길 멈추듯 초롱초롱 미소를 짓는데

 

안스러운 모습들의 덤덤한 뜨락이지만

삶을 영위하려는 여러 모습들이 멋스러워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는데..

 

 

 

 

 

 

 

 

 

 

 

 

 

 

 

 

 

 

 

 

 

 

 

 

 

 

 

 

 

 

 

 

 

 

 

 

 

 

 

 

 

 

 

 

 

 

 

 

 

 

 

 

 

 

 

 

 

 

 

 

 

 

 

손톱보다 작은 나비들

찬 이슬을 뒤집에 쓰면서도 

솔잎에서 

꽃잎에서

주목나무를 껴안고

마지막 가을에 매달리며

햇살을 기다린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1011.

아침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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