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코스

2010. 5. 29. 09:29나의 글

산책 코스

우 리 집 개 “거북”이가 귀를 쫑긋이 내 달리며 자유를 만끽한다.

목성의 테두리 모양으로 산허리를 돌아 흐르는 안개는 소리 없이 아름다움을

연출 하고 새 소리가 골자기마다 멀리 멀리로 퍼지며 새벽임을 알린다.


몽글 몽글 이슬을 등에 업은 야생화들이 소근 소근 고개를 젓는다.

산속 깊은 곳에선 연두색 옷을 걸친 나무 들이 숨을 고르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화답하면 아련한 향기가 폐부 속 깊은 곳으로 보약을 보낸다.


길섶엔 꽈리 화초들이 온갖 들풀들을 밀어내며 얼굴을 내 밀고

머우대 들이 키 재기 하며 우산을 받쳐 든 듯 송화 가루를 뒤 집어 쓴다. 

근처엔 희미한 계단식 밭들이 초생달 모양으로 위장해 있지만

지난날 고단했던 삶의 그림자로 연민을 느껴 본다.


우리 집개 “거북”이가 이슬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궁둥이를 물속에 넣고

휴식을 즐긴다. 그곳에서 자라는 풀 들이 올챙이와 벌레를 부르고 새로 태어

난 듯 늪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거북”이의 뻘 목욕이 늪 속의  평화 깃발을

내리게 하고 승자처럼 몸에 묻은 오물을 털어낸다.


계곡물 소리가 울림통속의 소리를 내며 돌들과 풀들의 역사를 안고 흐른다.

무심한 사람들의 오물과 산 짐승들의 오물 냄새를 안고 노도와 같이 흐른다.

숲속 벌레들의 사랑과 우정 기구한 운명까지 안고 토닥거리며 흐른다.


봄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겨울 심술과 사투를 벌인다. 상처투성이에 혼비백산

끝에 기력을 찿아 보지만 새벽 한기가 발가벗은 대지를 향해 심술을 부린다.

산과 들은 봄 단장 새 옷으로 추위를 몰아내고 가녀린 새싹으로 봄을 불러

보지만 사악한 인간들의 약탈에 또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봄은 오는가?


우리 집 개 “거북”이의 마지막 경계 표시 구역이 다가온다. 토종 벌 들이 먹이로

물어 오는 꿀은 늘 우리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곳에 매복 하여 꿀을 뺏으려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이는 곳이다. “거북”이는 뒷발을 들어 오물 을 뿌려 자기구역임

을 선포 해 보지만 인간 은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


나날이 옷 색깔이 바뀌는 계곡 아래엔 인간의 발길이 주춤 거린다.

먹거리찿아 동물들 목숨을 걸고 동네로 내려온다.

밤새 터지는 화약소리에 길 드려진 탓인지 백약이 무효 인듯하다.

자기 이익에 눈먼 자 몇명이 자기밭 지키기에 동네어르신들 잠 설치지만

이들 행패를 누가 막아 낼 것인가?


아침 산책 끝머리 밭에선 먹 거리 채소들이 검은 비닐 포장 위를 장식하고

인간의 욕구에 순응하듯 불어나는 근육을 자랑한다.

이곳이 내가 사랑하는 아침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2010, 5 , 22.

                                             오영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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