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나그네 집을 찾아온 먹그늘나비

2023. 6. 29. 20:34구르미 머무는 언덕

 

 

 

억수로 쏟아지는 비

더위를 잠시 잊게 해 줄 수는 있지만

 

때와 장소를 구별하며 조금은 느긋하게 

내리면 금쪽같은 비라고 부를텐데

 

인간들이 저지른 죗값을 앙갚음하듯 

양동이로 퍼붓듯 겁나게 내린다.

 

먹그늘나비

그 와중에 집안으로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

 비를 피하려고 풀잎에도 땔감으로 잘라놓은

참나무에도 앉아보고

 

데크에서 비를 피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까치발로 살금살금 다가가지만

후드득 날아가 버리니 괜시리 미안하다.

 

퍼붓는 비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이하는 접씨꽃

 

꽃잎 크기만큼 너른 마음으로

폭우를 포용하는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올해 가장 큰 거미줄로

큰 먹이를 기다리던 거미도

폭우가 무서운지 어디론가 사라진

 

폭포수 같은 빗속에서 

몽글 몽글 거미줄에 물방울 매다니 

보석이 따로 없네

 

장마라고 하지만

가뭄 때 내려주면 금비요

 

인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비는 폭우인데

참으로 미운짓 그만하면 좋을텐데

 

이제 그만 그치면 안 되겠니?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6.29.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