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7. 16:00ㆍ화당리
장마가 그치고 며칠만에 찾은 임도
세상이 내 것 인양 맘껏 노래하던 매미소리는 어디로 가고
빗속에서 살아남은 풀벌레 소리만이 나그네를 반기니
허탈함이 몰려온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새 내린 빗물로 임도가 새로운 개천이
되어 흐르니 걷기도 불편해져 가던 길을 멈추고
갈까 말까?잠시 고민을 해 본다.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모처럼 찾은 산인데 망설이고 있을때
한 마리의 나비가 나그네를 인도하듯 앞서며 너울 날아간다.
그래, 모처럼 찾은 산속인데 뭘 망서릴게 있나?
등산화가 젖으면 젖는대로 옷이 젖으면 젖는 대로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산속이 얼마나 망가졌을까?
궁금해진다.
구름을 헤치며 간간이 얼굴을 보이는 햇살이 반갑긴 하지만
이로 인해 습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임도에서 간간히 보이는 꽃들의 위로를 받으며 길을 재촉한다.
톡톡 튀는 팔랑나비로부터
은판나비와 굴뚝나비들과 여러 친구들이 가는 길을 막아서며
모델이 되는데 한 두장 담아 주고는 숲 속으로 사라진다.
수많은 나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장마로 인해 날카로워진
탓에 곁을 잘 주지 않으니 한 두장 담는 것으로
근래 들어 가장 많은 나비를 볼 수 있는 하루였다.
임도의 끝 자락에 오니 굉음을 내며 넘쳐날 듯 흐르는 계곡물
청아하고 낭랑한 오케스트라 소리로 들리던 계곡물소리였는데
오늘은 그 소리가 천지개벽하는 것처럼 겁을 주며 흐른다.
끝물로 들어선 보랏빛 산수국이 빗물로
인해 흰 산수국으로 변해버린다.
거꾸로여덜팔나비
배추흰나비
산녹색부전나비
은판나비
네발나비
애기세줄나비
굴뚝나비
황알락그늘나비
날개가 망가져 올리까 망설였지만 기록으로 남긴다.
조흰뱀눈나비
줄꼬마팔랑나비
푸른부전나비
왕자팔랑나비
2022.7.15 화당리 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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