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0. 19:42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가을빛이 물들어 가는 잔디밭에 나뭇잎이 내려앉는다.
왠지 오늘 많은 손님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긴 장마에서 탈출한 구름이 둥둥 떠있는 하늘아래
오늘도 나그네 커피 한잔으로 추억의 가을을 삼키고 있다.
집안 곳곳에 거미들이 줄을 치고 있다.
제거해도 다음날이면 또 그물을 친다.
새로운 거미줄이라 그런지 곤충들이 걸려들지 않았지만
참으로 잘 만든 티없는 거미줄이다.
10여 그루의 밤나무 중
조생종 나무에서 밤새 밤알을 토해낸다.
줍느라 허리가 아프지만..ㅎㅎㅎ
봄부터 가을까지
고운 모습으로 피고 지는 자주달개비
자주달개비
장마로 쓰러져 모두 베어버렸는데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매달다.
먼길 떠난 나무에 딱 한송이 장미도
뜨락을 빛내준다.
클레마티스
모두 다 졌는데 무슨 한이라도 남았을까?
딱 두송이가 바랜 보랏빛으로 갈수 없다고
가을에게 꼬장을 부린다.
하얀 탁자위에 나비들이 쉬어간다.
오늘은 네발나비가 첫 번째 손님으로 등장한다.
일 년에 두서너 마리 정도 보이는 꼬리명주나비도
주연으로 등장하고
네발나비도..
은점표범나비도..
호랑나비도
날개를 활짝 펴
모델이 되어준다.
먹부전나비
제이줄나비
꽃범의 꼬리에서 노니는
산제비나비
꽃범의 꼬리
벌개미취
메리골드
낮달맞이 꽃
봉선화
톡 하면 터질 것 같은..
노래에도 등장하지만 옛날 백반 넣고 찧은 꽃잎으로
손톱을 곱게 물들였는데..
그 아름다움이 눈에 아른거린다.
방아잎
큰꿩의비름
풍접초
이 아이도 놀러 왔네요.
오이가 게으른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쳐
노각으로 늙어간다.
목련이 지고 난 후 열리는 열매
대추가
대추가 추석을 기다리지만
붉그스레 화장에 여념이 없다.
꽈리
추억을 소환하는 꽈리다.
말랑하게 만든 다음 속을 쏙 빼먹던 기억들..
그리고 빈 꽈리를 입에 넣고 꼬르륵 불던 기억들
거미..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줄에 매달린 빗방울에
허탈해 하는 거미
구르미 머무는 언덕..
이렇게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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