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2021. 4. 5. 10:04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따듯한 날씨 덕분에 목련이 기지개를 켠다.
뽀송한 껍질을 열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미는 꽃봉오리를 보는 순간
첫눈에 가슴이 설레고 벅차다.
다른 곳 보다 추운 지방이라
늦게 개화하는 우리 집 목련이었는데
작년처럼 도도한 모습으로 기대했는데
이틀간 내리는 빗속에서 목련의 슬픔이 보인다.
당당할 것 같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비에 젖어 초라해 보이는 수 천 송이 목련이지만
그래도 기품은 대갓집 마님처럼 우아한데.
그런데 무슨 일일까?
비 그친 밤새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온화하던 날씨였는데 무슨 조화 일까?
목련의 도도함에 꽃샘추위라니?
그 아픔을 못 이겨
하룻밤 통증에 하얀 꽃잎들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부푼 마음과 우아함은 어디로 가고
비련의 여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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