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따라 가버린 가을
2020. 11. 8. 18:32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참나무 모퉁이에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잎새 두서너 장
모든 나무들 오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연녹색 새싹을 자랑하듯 햇살에 봄을 만난 기세지만
내일 영하 4~5도로 아침을 연다는 데 이 추위를
어찌 감당하려는지
겨울이 싫어 노랑 빨강으로 피눈물 흘리는 단풍들
인간들은 이런 오색단풍에 환호성인데
두터운 옷으로 겨울을 보내는 인간들과 달리
나무들은 옷을 벗어야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아이러니
온기를 느끼는 곤충들 나그네 집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못 들어오게 꼭꼭 막아도 틈새를 비집고 잘도 들어온다.
집안 곳곳으로 물 스며들 듯 봄까지 버티는데 퇴치방법이
별로 없어 곤충들과 함께 동거를 한다.
뜨락엔 꽃들이 모두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 남은 건 자식들인 씨앗뿐이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씨앗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엄동설한을 뚫고 여린 새싹으로
그 화려했던 부모들 처럼 나그네를 기쁘게 해 줄 것이다.
곤충들은 11월7일 현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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