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태풍에 겨우 살아남은 "구르미 머무는 언덕"의 꽃들
2020. 10. 8. 23:11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구르미 머무는 언덕"엔
장마와 태풍에 쓰러진 꽃들이 너무 참혹하고 어지러워
모두 베어 버렸는데
가을이 좋다고 몇몇 종류가 다시 자라나 쏘옥 얼굴을 내민다.
이때쯤이면 여러꽃들이 미모 자랑에 빠져버릴 뜨락인데
이젠 몇몇 꽃들만이 나 홀로 잔디밭을 지키며
가는 세월 야속하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나그네 외출하고 들어서면
곰순이는 어쩔 줄 몰라 꼬리가 달토록 흔들고
다알리아 몇 송이는 햇살 머금은 보랏빛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는 뜨락 구석에선
하루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리는 배추와 무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지만 쌀알만한 달팽이와 방아깨비
배추벌레의 축제마당이 되어버리니 나그네 차레가 얼마나
올련지 농약에 풀무질을 해 본다.
화목 보일러에서 타 오르는 연기에서 나오는
참나무 냄새가 별로지만 연기로 온 몸을 훈제해 주니
건강해 지는 몸둥이 이 보다 더 행복이 넘치는 곳이
어디에 있으랴!!
▲다알리아
장마와 태풍에 모두 잘라버렸는데
새로 싹을 틔워 꽃을 피운다.
▲과남풀(용담)
태풍에 쓰러져 몰골이 앙상했는데
벌을 불으며 몇 송이 꽃잎을 열다.
▲자주달개비
장마에 녹아버린 뿌리에서 싹이 다시 자라
몇 송이 꽃을 피운다.
▲제비꽃
세월을 거스르는 못난이
▲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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