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0. 20:24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두어 달에 걸친 장마에 두 번의 태풍으로
"구르미 머무는 언덕"의 꽃들이 녹아내려 볼품은 고사하고
모두 뽑아버렸다.
예년엔 장마에 태풍에도 미소가 아름다웠던 꽃들이었는데
올해엔 긴 장마로 모든 걸 내려놓고 젊음으로 요절한다.
미쳐 눈인사도 없이 먼 길 떠난 꽃들이 그립기만 한데
시골 살이 10여 년 만에 뜨락의 꽃들이 제 모습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비명횡사를 하다니 어이할꼬?
집사람의 눈인사에 방긋거리던 꽃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장마와 태풍에 의해 내려놓은 죽음이란 슬픈 사연
바람결에 보내주던 향기에 흡밀하던 곤충들도
키재기에 미모 경쟁하던 꽃들도 그리운데
아픈 가을이 "구르미 머무는 언덕" 을 덮치니
내 형제를 잃은 슬픔처럼 그리움에
마음이 허전하기만 하다.
▲다알리아가 빗물을 튕겨내며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후록스의 마지막 안간힘
▲여기에도 달리아의 수난이 계속된다.
▲족두리풀(풍접초)의 의연한 모습
▲족두리풀에 앉아 가을을 즐기는 줄점팔랑나비
▲비 그친 날의 족두리풀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병꽃이 넘 많이 오는 비로
목숨만을 겨우 지탱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빨간 꽈리를 달고
요조숙녀들의 사랑을 받을 텐데 태풍과 장맛비로 몰골이...
▲꽃범의 꼬리도 화사함은 남의 이야기인 듯 외로워 보인다.
▲자주달개비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가을에게 미소를 던져보지만...
▲추석은 멀었는데 낯선 날씨 탓에 제 모습을 잃고 시원찮게 밤톨을 품고 있다.
▲끝물에 건드리면 톡 터질 것 같은 봉숭아
장마 통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
▲국화도 장마에 녹아내려 빛을 잃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뜨락에 앉은 직박구리?
먹이를 물고 있는 어미에게 새끼가 입을 딱 벌리며 빨리 달란다.
어미새가 새끼에게 훈련을 시키려는지 여러 마리를 데리고 비행하라고 재촉하고
새끼들은 먹이를 먼저 주면 날겠다고 입을 딱딱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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