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봄이 왔건만
2019. 3. 24. 15:55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봄이 왔건만/오공
남쪽나라엔 매화꽃이 시든다고 아쉬워 하는데
울 동네(제천 백운면)는
아직 겨을처럼 비몽사몽이지만
봄이라고 선잠에서 깨어난 벌들이 꿀 찾아
온 천지를 다 뒤져도
꽃이 없음에
며칠 전 화목으로 쓸 참나무를 자르며
생긴 톱밥속으로
수천 마리의 동네 벌들이 모여든다.
윙윙 소리도 정겹지만
물끼 머그믄 톱밥의 달착지근한 냄새가
벌들에겐 꿀이 되다니..
어제는 함박눈이
봄을 시샘하듯
순식간에 온 천지를 하얗게 만드는
춘설
봄이 움추려드는 건가?
마지막 눈구경을 시켜주려는
하늘의 조화련가?
어젯밤엔 이름모를 새가
사랑이 넘치는 우리 집 창문을 넘보다가
헤딩을 헸는지 세상을 버렸는데
아침 짹짹 새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목청을 높이며 어쩔줄 모르는 짝잃은 새
가슴이 찡하다.
얼었던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들
매화나무도
두릅나무도
목련나무도
벚나무도
남쪽은 봄이 무르익어 간다는데
향기를 뿜어낸다는데
울 동네 나무들은
꽃들은
언제쯤 즐거움을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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