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에
2018. 11. 23. 20:30ㆍ아침을 열며
※ 겸색결과 쇠딱다구리로 보인다.
딱다구리 중에서 가장 작다는 쇠딱다구리
살아 있음에/오공
영하 8도로 새벽을 여는 날
데크 위로 철퍼덕
새 한마리가 주저앉는다.
이리저리 보아도 움직임이 없어
죽은 듯
잠시 정적이 흐른다.
재빨리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눈꺼풀만 뒤집어 쓴 채
꼼짝하지 않기에
죽었을까?
막대기로 발을 살짝 건드려 보니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지
눈을 껌뻑거린다.
아하!!
살아 있구나
그 순간이 왜 기뻤는지 모를 그때
이름 모를 새
데크 기둥으로 겨우 날아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두발로 기둥을 움켜쥔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제 정신이 들었는지
애태우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개를 펼치며 후드득 날아간다.
아무튼
새가 살아 있다는 현실 앞에
기쁨이 밀려온다.
내가 고쳐준양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 지는 하루였다.
눈꺼플을 뒤집은 이름모를 새가
데크에 앉아 생사를 가름하듯
움직임이 없다.
겨우 정신이 드는지 먼 산을 응시한다.
이 추운 겨울에 새끼는 아닐터
어디가 아플까?
우리 집 창문에 부딪쳐 떨어졌을까?
그래서 정신을 잃었을까?
별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날아갈 자세를 취한다.
드디어 코 앞의 기둥으로 날아가
떨어질세라 기둥을 꼬옥 잡고 두리번 거리다가
푸른 창공으로 훨훨 날아간다.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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