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의 추억

2017. 1. 31. 13:14아침을 열며












장독대의 추억/오공





반들거리는 통마루를 닦으신 다음엔 장독대에서 장독들을 깨끗하게 닦으신다.


하루도 빼놓지 않으시는 어머님 일과의 하나로 기억되며 부엌의 솥뚜껑


또한 빠질 수 없이 반들거렸으며 장독대 주변으로는 꽃들을


정성스럽게 가꾸셨다.




 그 장독대 옆에 벌레먹지 않는 큰 나무에 올라간 나는 장독대 밑으로


조약돌을 떨어트려 어머님에게 내 삐뚜러진 마음을 전하지만


깨지듯 장독들만이 쇳소리를 내며 몹씨 아파한다.

 



어렸을 적 애정결핍에 있던 내가 어머님에게 시위를 하는 방법중에


어머님의 반응이 제일 빠르게 전달되는 방법이고


어머님은 내가 왜 그러는지 잘 아신다.




어머님은 큰 형님에겐 맛있는 것은 모두 주시면서 동생들에겐 신경을


덜 쓰시는 것 같아 이런 방법들로 어머님 속을 썪힌 나지만


알고 보면 정을 골고루 주시려고 애쓰신 분인 것을..




하루는 달걀이 먹고 싶어 어머님 몰래  두개를 훔쳐 검은 교복 주머니에


넣고 학교를 가다가 친구들을 만나는 바람에 먹는 것을 잊어버려 


달걀이 깨지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주머니만 배불리던 일..




툭하면 부엌으로 달려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물마시듯 하던 나였지만 누구의


짓인 줄 아시는 어머님이지만 한 번도 야단을 치신 적이 없다.


얼마나 속이 아프시고 화가 나셨을까?




장독대에 옆에 서있는 나무에 오르는 날은 내가 어머님에게 심술을 부리는


 날이지만 어머님의 장독대는 날이 갈수록 반작거림이 빛을 더 하는

 

날이며 머리가 햐얀 지금 어머님의 모습이 그리울 뿐이다.




 내가 지금 사는 집 뜰앞 초라한 장독대에 눈이 살포시 내려 앉는다

.

 이런 날이면 어머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살아생전


못 다한 효도가 마음에 걸리고




자식이 부모님에게 효도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지만  부모가 어린아이를 않고


개울을 건너는 것만 못하다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에 그만 마음이 아프고


저려오며



나와같은 또래들은 장독대에 얽힌 사연들은 서로 달라도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아침을 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산책길에서  (0) 2017.04.19
봄마중  (0) 2017.03.10
엠브란스의 소원  (0) 2016.11.16
갈색치마 입고 찾아오는 가을  (0) 2016.10.07
등산화 신은 도로 반사판 (델리네이터)  (0) 201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