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 13:18ㆍ아침을 열며
십이월 초하루의 마지막 달력 /오공
새 달력의 잉크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는데 내 머리속에는 긴 가믐만이 생각나는
한장 남은 마지막 달력이 안방문에 걸려 쓸슬하게
나를 내려다 본다.
하얀 눈세계의 길을 수없이 걸었었는데 미끄러지는 1월달이 다음달을 향해 달려가고
벌거벗은 나목들이 동장군의 세찬 바람과 맞싸우며 시련을 견디며
2월을 맞은지 엊그제 같았는데
정성들여 키운 묘목들이 식목일 날만 기다리고 매화와 벚꽃들이 청풍호수에 후드러지게
피어 상춘객들에게 즐거움을 준지 며칠 안된것 같은데 3월이 지나간다.
오호라 농촌에선 노타리치고 거름주고 비닐 씌우고 감자심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게 돌아가고
온갖 꽃들이 벌을 부르고 귀촌하신분들은 정원에 나무 심느라 정신줄
놓은지가 어제 같았는데 4~5월이 훌쩍 지나간다.
수많은 꽃들이 형형색갈로 뜨락을 수 놓고 백합향기가 진하게 퍼지면 창공을 나는 새들의
노래소리에 세월가는줄 물랐는데 7~8월의 달력들이 순서대로 찟겨나가고
긴 가믐이 끝없이 이어져 땜과 저수지 밑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농촌의 논밭이 타들어
가자 하늘도 놀랐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노루오즘 싸듯 찔끔찔끔 가랑비로
대지를 적시더니 어느덧 10~11월의 달력이 넘어간다.
달랑 한장남은 달력이지만 나무에 걸린 나뭇잎 한장의 기적처럼 우리들에게 큰 희망을
안기며 십이월 초하루를 열어 갈것이다.
달랑한장의 달력이지만 힘들고 추운자들에겐 온정이 쏟아지는
마지막 기적을 몰고오는 달이었으면 좋겠다.
올해 수확한 땅콩을 담은 프라스틱에 매달려 땅콩을 빼먹는 새..
새이름은 모르겠는데 열심히 딱딱 소리내며 쪼고 또 쪼며 땅콩을 훔쳐간다.
내가 사진을 찍자 잠시 나를 쳐다 보더니
큰 위험이 없다고 느꼈는지 계속 땅콩을 훔친다.
구멍이 송송 뚫린 땅콩껍질이 보이는데
땅콩을 빼먹은 자국이다.
우리집 닭들이 추위에 움추리고 있었는데 날씨가 풀리자 모이를 찾아
온땅을 후벼파며 벌레를 잡는데 열중이다.
하루에 서너개씩 알을 낳아주던 닭들이었는데
추위에 알을 전연 낳아주지 않는다.
우리부부의 영양을 책임지던 닭들아!!
먹이만 축을내니 너무도 밉다.
거실에서 자라나는 화분들이 탁한 공기에 습기를 불어 넣어준다.
올 겨울엔 예쁜꽃도 피워낼 것이고
도둑고양이가 수시로 우리집을 드나들며 쥐도 잡아먹는데
오늘은 버리려고 내놓은 잔밥을 먹고있다.
기르고 싶은데 길고양이라 그런지 정을 주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이슬비에 영롱한 물방울이 맺히고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에서 옛애인의 눈망울이 보인다
은행나무로 박아놓은 디딤목..
디딤목의 나무들이 하트모양으로 박혀있다.
우리부부의 사랑처럼 하트웃음으로 다가오고.
볼록거울과 싸우는 새들..
새벽이 되면 시간나는대로 하루종일 찾아와 거울과 수십판 붙는다.
이렇게 거울속 자기와의 한판승부가 벌어지고 무승부로 끝을 맺지만
해마다 종류가 다른 새들이 번갈아 찾아와
승부를 겨루는데 모두들 행동들이 다 다르다.
요번에도 헤딩..
머리 깨지겠다...ㅎㅎㅎ
순간포착...
이상하다...
내가 쪼긴 쪼았는데 왜 안죽을까?라는듯
먼산을 바라본다.
첫눈이 내리던 날.
눈자국을 남겨본다.
올해 내린 첫눈이라 기념으로 찍어본다.
펑펑내리는 설국을 꿈구며 아쉬움을 달래지만.
지붕에도 첫눈이 내렸다.
양은 적지만 ...
고염(꼬마감)을 따먹는 새떼들..
떼를지어 고염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파노라마 사진
저 멀리에 삼봉산(909m)이 보인다.
11월 말일 날 울동네를 조망 해 본다.
벌들이 겨울잠에 들어갔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울동네 이곳 저곳에 이런 벌통이 수 없이 많지만
병들어 거의 죽었다.
전파에 죽었다고도 하고 외국에서 들어온 병균에 의해 죽었다고도 하는데
한통에 2~3십만원에 사다가 죽였다는 집이 수두룩이다.
일년내내 그 자리에서 벌들을 기다린다.
분봉되는 벌들이 찾아 든다나요.
사실이네요...ㅎㅎㅎ
울동네 자연인이 사는집..
멀리서 찍었지만 겨울나무를 해놓고
콩들이 비맞지 않게 비닐을 씌운 모습도 보이고
전기는 물론 원시적 삶을 이어간다.
갈대들은 한장 남은 달력의 사연을 알랑가 모르겠는가?
가믐이 심했지만 마르지 않는 계곡덕분에 울동네 물부족은 없었다.
이 감들이 마지막 떨어지는날..
새로운 한해의 첫장을 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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