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들 뜨개옷을 입다.
2024. 12. 30. 17:41ㆍ나의 글
나목들 뜨개옷을 입다.
팔팔하던 녹색잎을 내려놓은 나목들
전성기엔 모두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시선들
그 시선들이 부러운데
찬바람이 불자 털모자로 무장한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지만
나목이 된 우리들에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서럽다 서러워..
알록달록 뜨개실로 만든 뜨개옷을 들고
앞다투어 몰려오는 군상들
취미생활 하는 즐거움으로
나목들에게 추위와 바람을 막아준다나 뭐라나?
이래 봬도 우리 나목들은 옷을 훌훌 벗어버려고
눈비에 살갗을 파고드는 바람을 맞아야
공작새 날개를 펴는 듯 봄을 멋스럽게 펼치는데..
인간들은 나목이 된 우리들을 생각하는 척
울긋불긋 손으로 뜨개질한 천 조각으로
칭칭 감고는 "2024년 나무에게 주는 손뜨개"란 제목에
아름다운 글들중 하나인 '너의 가능성은 무한해'라고
쓴 간판을 떡 붙여 놓는다.
추위에 얼어 죽든 말든 즈그들 심심풀이 땅콩 까먹듯
나목인 우리들에겐 눈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물 한 모금도 풀 한 포기 뽑아주지 않던 인간들
별짓 다 한다 라는 소리를 하는 듯
구르는 낙엽들이 스르륵 춤사위로 시위를 한다.
2024.12.29.
제천에서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