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을 보내며

2023. 8. 30. 16:28시 같은 글

 

 

 

 

 

팔월을 보내며

 

싸늘하게 느끼는 바람으로

그려내는 수채화

갈색 마음이 언듯 언듯 엿보이는 

팔월 마지막 날에

 

긴 터널 같았던 장맛비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꽃들도 마지못해

감사의 하트를 그리며 팔월을 감쌌는데

 

하늘에선 비늘구름이

가을을 수놓고

파랗게 웃음보를 터트리지만

 

누나처럼 동생처럼 토닥이며 

꽃들에게 사랑을 베푼 팔월이

이별의 갈색 손수건을 흔들며 떠나는데

 

모질게 뿌려대던 장맛비와 고통스러운 불볕더위

천지개벽 몰아친 태풍에도

내 자리라고 우기는 미운 팔월이

 

서서히 썰물처럼  

한없이 밀려나며

9월이 문턱을 넘어선다.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서

2023.8.31.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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