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9. 07:05ㆍ일상
천고마비 계절이 왔다고 옛 어른들이 노래하던 그 가을
흰구름 수놓는 사이로 파란 하늘에 내 마음도 두둥실이고
오랜만에 맛보는 가을 풍경에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 같다.
처제부부와 함께 상주로 내려가는 날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을 사다가 곶감을 만드는 일이
신이 났는지 차속에서도 콧노래가 그치질 않는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고 한다
경매인의 묘한 목소리에 주눅이 든 경매장을 가득 채운 감상자들
좋은 값에 팔리기를 기다리지만 농민들 표정에 그늘이 진다.
작년에 비해 감 알이 작다.
이유는 올해 감이 너무 많이 달려 그렇단다.
농민들 일당도 나오지 않는다고 푸념이 대단한 가운데
나그네 세 박스
동서네 두 박스
나그네 친구 두 박스를 작년에 비해 반 값에 산 후
루루 랄라 집으로 와 세어보니 모두 팔백 개가 넘는다.
그 많은 양을 언제 다 깎을까?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한 사람은 감꼭지를 도려내고
두 사람은 감자 깎는 도구로 감을 깎고
나그네는 깎은 감을 처마 밑에 매달아 놓는다.
감 깎기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밥 먹는 것도
어둠이 내려앉은 것도 모른 체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
날씨가 좋다면 45일 후면 먹음직스럽게 잘 익어갈 것이다.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된 듯 마음도 뿌듯한 날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나날들
며칠째 수은주가 영도를 가르키며 아침을 여는데
날씨가 풀리는 낮 동안 나그네 뜨락으로 찾아온 나비들
서리를 맞고도 살아남은 꽃에 미련이 남은 나비들
천상으로 가는 마지막 만찬이 될 것 같다.
상주에서 감 산날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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