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영그러 간다.
2022. 9. 12. 20:51ㆍ화당리
태풍이 지나간 임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
느낄 수 없는 푸르름
물 먹은 산이 토해내는
길 잃은 물소리만이
요란한 산울림으로 돌아온다.
예쁘다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은
가을 야생화들이
띄엄띄엄 피어나
천상으로 떠나갈 나비들에게
쭉쟁이 어미 젖을 내 주듯
임도를 지키고 있네.
영그러 가는 가을
나 홀로 산속에 떨어진
오 가는 발길에 상처뿐인 호두 가래
잣나무에선 잣송이가
옛날 화전민들이 심었던
늙은 호두나무에 달린 호두가
주인을 잃은
슬픔처럼 임도에 나뒹굴지만
나그네에겐 횡재한 듯
텅 빈 마음을 채우듯
영그러 가는 가을이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버섯
먹그늘나비
흰줄표범나비
▲으름
▲호두 가래
▲호두
호두와 호두 가래
백운면 화당리 임도에서
2022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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