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을 문턱에서

2013. 9. 21. 16:15나의 글

 

 

가을이 오는 길목엔 여러 징후들이 우리들의 눈길을 끌며 화려하게 비상한다..

들판엔 황금 물결이 바람에 일렁이고 오곡백과가 소리 소문없이 익어간다..

 

손길을 기다리는 사과나무에선 하루가 다르게 빨간 화장으로 가을을 유혹하고

한가위 상에 빠질세라 햇살거지에 바쁘기만 하다..

 

다람쥐가 알밤을 찾는 나무위엔 밤송이들이 입을 쫙 벌려 하품을 하면

밤나무 밑에선 똥파리가 몰리듯 인간들의 싹쓸이에 겨울 양식을 잃은

다람쥐들이 두손을 비비며 몇알만이라도 남기라는 아련한 눈빛을 보낸다..

 

파아란 하늘에선 샛털 구름이 소리없이 흘러만 간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옛 성인들의 가을노래 모습을 상상 해 보았지만

하늘 높은건 알지만 말들이 살찌는걸 본지 언제인지 생각이 가물거리는 가을..

 

꽃들이 수없이 피고 지지만 꽃 피워 열매 맺는 꾀리는 지난 추억을 자극한다..

파아란 꽈리의 속살안에 수줍은 사랑이 꿈을 키우듯 커가고

가을은 꾀리를 붉게 물들이며 깊어만 간다..

 

떠나가는 님에게 하트를 날리는 형상으로 얼굴을 붉히며 매달려 있는 꾀리들..

꽈리 겉옷을 벗기면 처녀의  젖꼭지처럼 탐스런 열매가 가을을 메만지며

슬픔을 간직한채 멀어져 간다..

 

빠알간 꽈리가 꽃처럼 피어 오르는 언덕 위엔
그대의 눈망울을 보인다.

슬픔을 안고 떠나는 그대의 빠알간 눈물이었다..

낙엽이 채색 되어 가는날 그대는 내년을 기약하며
가을을 쓸어 안고 낭만을 뿌리며 떠날것이다..

 

오늘 아침 꽈리의 익어가는 모습에서 지난 추억속으로 빠져 본다.. 

 

 

 

 

 

 

 

출처 : 방정현 과 의림지사랑
글쓴이 : 오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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