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 반토막 난 매실농사
2021. 6. 20. 17:31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지난겨울 전국을 한파 속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기상으로
도시와 농촌도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피할수 없었지만
나그네 동네는 철원과 비슷하게 매년 이 정도의 추위가 지속된다.
매실나무 열댓 그루 심어져 있지만 딱히 농사를 지은적이 없다.
거름 한번 준 적 없고 다닥 달린 매실 솎아낸 기억도 없고
농약을 뿌린 적도 없지만
해마다 하늘을 가릴 만큼 웃자란 가지치기를 해 준 덕인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6월 중순쯤이면
나그네 먹을 만큼 무공해 매실이 싱그럽게 달리는데
매화꽃이 피면 굶주렸던 벌들이 배를 채우고
진사님들은 고결한 모습을 담아내는 꽃인데
봄 추위에 그만 미모 자랑도 못하고 열린 매실
수확해 보니 반에 반 토막이 났다.
해마다 매실을 담가 9월 말이면 숙성된 향긋한 매실액
찾으시는 친척과 손님들에게 한 병씩 드리던 울 마누라
무공해 매실액이라고 자랑하며 10여년을 살았는데
반토막 수확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찾아오실 손님들 어떻게 하지?
빈 손으로 보낼 손님들의 걱정때문에
남감해 하는 울 마누라...
시장에 나가 팔아도 그냥 드려도 고개를 저을만큼
매실이 못 생기고 벌레가 먹었지만
알들이 하나같이 넘 작지만
설탕으로 버무려 3개월 후 지긋이 우러나는
깊고 상큼한 맛
9월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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