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6. 16:28ㆍ화당리
2020년도 2개월여 남은
가을 끝자락에 10월이 저물어 간다.
봄 여름 가을내내 다니던 산책길에서
기쁨을 주던 야생화와 나비들도
을씨년스럽게 떨어지는 낙엽 속으로 사라진다.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추억을 되돌아 보는가 하면
세월아 멈추어 다오 읍소해 보지만
나무들은 붉은 눈물을 토해내는 아픔으로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가을
▲들국화라 불리는 꽃외 모두 져 버렸는데
이 꽃은 아직도 싱싱한 모습이다.
▲나그네 어렸을적 부르던 이름 들국화
지금은 산국으로 불린다.
울동네에 사시는 자연인.
겨울을 나기 위해 뒷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지게를 메고 산에 오른다.
봄 여름 가을내내 집을 짓느라 피골이 상접되었다고 해야 할까?
쳐다보면 이렇게 라도 사시는 분.. 몰골이 말이 아닌 자연인
몇 년 전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엉성했던 불탄 2층 흙집
그 옆으로 연이어 흙벽돌 만들고 석가래 만들 나무 베어와 지붕
얹고 비와 눈을 겨우 피할 수 있도록 비닐로 감싼 지붕
집터를 만들기 위해 겨우내 비탈을 깎어내는 삽질을 하더니
봄이 되니 흙으로 벽돌 만들고 50여 일의 비와 태풍을 이겨내고
일 년 내내 뚝심으로 집을 완성해 낸다.
그렇다고 대궐 집도 아닌 보통사람들 시선으로 볼 땐
겨우 비바람을 피할 정도의 온통집을 비닐로 감싼집
주변풍광은 온데간데 사라졌지만..
자연인에겐 고생으로 일군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이 넘쳐나는 집일 게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삶을 누렸으면 바람해 봅니다.
↕
동고비<주이님이 알려주셨네요>
나무표피에서 벌레를 잡아 먹는 모습
이 나무를 오리내리며 잡은 숫자만도 열마리는 넘는듯 보이다.
↕날개가 헐어버린 삶에 지친 이 나비
암고운부전나비(암컷)
주이님이 알려주셨네요.
↕범부채 열매
범부채가 길을 가는 법/ 안상학
범부채는 한 해에 한 걸음씩 길을 간다
봄내 다리를 키우고
여름내 꽃을 베어 물고
가으내 씨를 여물게 한다
겨울이면 마침내 수의를 입고 벌판에 선다
겨우내
숱한 칼바람에 걸음을 익히고
씨방을 열어 꽃씨를 얼린다
때로 눈을 뒤집어쓴 채 까만 눈망울들 굳세게 한다
그리하여 입춘 지나 우수 어디쯤
비에 젖으며 바람에 일렁이며
발목에 힘 빼고 몸 풀어
쓰러진다 온몸으로 쓰러진다
키만큼 한 걸음 옮긴 곳에 머리 풀고 씨를 묻는다
발 달린 짐승이라 해서 인간이라 해서
이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범부채의 일생, 꼭 그럴 것이다
범부채는 한 해에 딱 한 걸음씩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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