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꿩과 거꾸로여덜팔나비
2020. 5. 26. 07:02ㆍ나비와 곤충
늘 다니는 산책길
어제 내린 비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며
가뭄을 말끔하게 몰아내면서.
푸드덕..
깜짝 놀라 앞을 보니 들꿩이 병아리 두 마리를
육추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인기척에 새끼들 번개처럼 사라지고
어미는 풍선에 바람을 채우듯 몸을 부풀려
내 주변을 빙빙 돈다.
연신 입에서 소리를 내면서
내 시선을 자기에게 유도하며 새끼들에게
안전하게 도망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빨리 피해 주는 게 들꿩과 새끼들이
이산가족을 면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얼른 그 자리를 피해준다.
새끼들 모습과 함께
모정을 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직 그 순간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거꾸로여덟팔 나비를 초봄에 보고
두 번째 담아본다.
날아다니는 모습은 여러 번 보았지만
밭 울타리 안으로 날아가 버려
발길을 돌리곤 했는데
오늘 또 만나게 된다.
오두방정을 떨면서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더니
울타리에 앉거나 그 주변 죽은 가지에서
약 오르지 하면서
잠시 포즈를 취하고는 또 사라진다.
수십 번 나를 놀리더니 겨우
몇 장의 사진을 남기게 된다.
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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