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5. 09:30ㆍ구르미 머무는 언덕
피붙이들의 나들이 /오공
녹음이 짙어가는 봄날
명절과 제사때 외엔 모이기 힘든 형제들이
"구름이 머무는 언덕"으로
나들이를 해 준다.
이마에 주름살이 계급장처럼 빛나는
반갑고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둘째형님 내외분과 큰 매제가 빠지니
왠지 허전하다.
큰 집 둘째아들 내외는
팔십을 훨씬 넘긴 부모님을 모시고 왔으니
서열상 가장 낮은 조카부부이며
부모님 보다 하는 짓들이 예쁘고
효자 효부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요즘시대에
드믄 조카라 생각이 든다.
막냇동생 내외가 적적하다며
모든 형제들을 모아 모아 찾아주니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만남의 진수가 벌어진 뜨락에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이 입속에서 춤을 추고
젓가락은 쉼 없이 맛을 찾아 헤메고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에
형제들의 입담에 시동이 걸리면서
맛의 삼매경에 빠진다.
고기 굽느라 허기진 둘째조카
입속으로 고기가 듬뿍 든 쌈을 넣어주는
질부의 사랑이 넘쳐나는 가운데
마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는 울집 개 곰순이에게
은근슬쩍 고기를 던져주는 막냇동생
억척이 두 여동생은 집 주변을 돌며
쑥과 나물들을 뜯는 즐거운 사랑에 빠진다.
땀 흘린 나물들이 시집가는 날이다.
어느 집이든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형제들 안중에 없는
이기적이고 아집은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더 늙기 전에 세상을 버리기 전에
언제든지 찾고 찾는 건강한 모습들만
넘실거렸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모든 형제들이 살아있음에 기쁘고
아프지 말고
대화하는 즐거움
맞이하는 기쁨이
이어지길 기대해도 좋겠죠?
'구르미 머무는 언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르미 머무는 언덕"에 행복이 (0) | 2019.07.03 |
---|---|
작약이 필 때면 (0) | 2019.05.27 |
왕겹벚꽃 (0) | 2019.05.04 |
귀하신 몸 할미꽃 (0) | 2019.04.14 |
봄은 마술사 (0) | 2019.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