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동서가 떠나갔다
2019. 3. 16. 19:14ㆍ나의 글
큰 동서가 떠나갔다/오공
구정(舊正)과 추석 다음날이면 매년 돌아가며 만나던 세 동서
남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나날들
금년 구정엔 큰 동서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었는데..
그 날 몸이 아프다며 약속을 미루고
며칠 후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동갱이 치더니만
북망산으로 떠나간다.
싱싱한 굴을 사 보내며 이제부턴 내가 할 일은 이런 것 뿐이라며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던 임
다음엔 더 맛있는 것 보내겠다던 큰 동서
사는 게 사는 것 아니며 죽는 게 죽은 게 아닌 듯
허망하고 긴 슬픔을 남기고
아지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갔다.
여자형제들이 외롭지 않게
우애를 다지며 사는것이 이런 재미야 라는듯
늘 환한 얼굴로 감싸주던 큰 동서
바닷가 별장을 잘 수리한 후 노후를 보내겠노라며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살아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버린다.
바닷가 고향에 잠들도록 유언에 따라
미망인과 그 아들의 품에 안겨 고향 앞바다로 귀향한 동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경남 고성固城) 하일면 바닷가
그 보금자리가 얼마나 그리울까?
한줌의 재로 바다를 지키겠단다
봄이 나래를 펴는 어느날
동백꽃이 붉게 피고 매화향이 온 누리에 퍼지고
만물이 기지개를 피는 고향바닷가에
그의 영혼이 넘실거린다.
영생하소서
사량도가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온다.
집앞의 작은 섬